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세계 최대 아연 생산업체인 고려아연의 운명이 이번 주 결정된다.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여부가 양사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오는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 경영권 분쟁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번 주총의 최대 변수는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여부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주총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어 양측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결권 제한 여부, 주총 최대 변수

고려아연은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호주 자회사 썬메탈홀딩스가 영풍 지분 10.3%를 받아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지분은 썬메탈코퍼레이션으로부터 현물 배당 형태로 받았다. 고려아연은 상법 369조 3항을 근거로 들었다.

이는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 SMH가 '유한회사'여서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전략을 '주식회사'인 SMC를 통해 보완한 것이다.

영풍·MBK 측은 이에 맞서 지난 17일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 결정은 오늘(25일)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양측에 24일 오후 2시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해 이르면 오늘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 법률 전문가는 "법원이 고려아연의 영풍 의결권 제한을 인정할 경우 영풍·MBK 측은 25.42%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돼 주총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반대로 법원이 의결권 제한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영풍·MBK 측은 지분 우위를 바탕으로 최 회장 측이 추진하는 이사 수 19명 제한 안건도 저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전망했다.

집중투표제, 최윤범 회장 방패될까

또다른 변수는 지난 임시주총에서 도입된 집중투표제다. 이사 선임 시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한다.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이 제도는 지분에서 열위에 놓인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이사 수 상한 19명 설정 정관 변경안이 통과된다면 영풍·MBK 측이 요구한 17명의 이사 선임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사 수 제한은 정관 변경의 건으로 주총 특별 결의 사항이다. 특별 결의는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이사 6명, 영풍 측 이사 1명의 구도다. 최 회장 측이사 수 상한 19명 설정 안건을 통과시키고 추천한 5명 이사를 모두 선임하면 11명 이사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영풍 측은 최대 8명의 이사 선임에 그쳐 최 회장 측이 이사회를 여전히 주도하게 된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주총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주총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단기간에 급격한 경영권 변동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경영권 완전 교체보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3~4명의 독립적인 이사가 선임돼 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