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 (자료=포스코)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포스코홀딩스가 일본제철 지분을 매각하며 한일 철강 산업의 30년 협력 관계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일본제철 지분 4678억원어치를 매각한다. 이번 매각은 일본제철이 지난해 9월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모두 처분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양사의 전략적 제휴 관계가 경쟁 구도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우호의 상징"으로 시작된 협력..경쟁 관계로

양사의 협력 관계는 2000년 8월 전략적 제휴 협약 체결로 본격화됐다. 당시 세계 철강 산업에서는 아르셀로미탈 등 대형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활발했다. 포스코와 일본제철도 상호 지분 보유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고(故) 지하야 아키라 일본제철 사장은 당시 양사의 주식 상호 보유에 대해 "우호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2006년에는 전략적 제휴를 5년 연장하며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했다. 양사는 슬래브 교환을 통해 생산을 안정화했다. 상호 지분 보유를 확대해 일본제철은 포스코 지분 3.32%, 포스코는 일본제철 지분 2.17%를 보유하게 됐다.

최근 글로벌 철강 시장의 경쟁 구도가 변화하면서 양사의 관계도 전환점을 맞았다.

일본제철은 지난해 9월 미국 US스틸 인수를 추진하며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홀딩스 주식 289만4712주(3.4%, 1조1000억원)를 모두 매각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 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번 포스코홀딩스의 일본제철 지분 매각은 현대제철이 최근 제소한 열연강판 반덤핑 소송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제철이 덤핑 판매 대상자로 포함된 상황에서 포스코도 입장을 내야 하는 만큼, 지분 관계를 사전에 정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포스코 '리밸런싱' 전략의 일환

이번 매각은 포스코홀딩스가 추진 중인 강도 높은 '리밸런싱(자산 재배분)'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포스코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유휴 자산을 매각해 현금 2조1000억원을 확보하는 자산 매각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포스코홀딩스는 이미 저수익 사업 55개, 비핵심 자산 70개 등 125개 프로젝트를 처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에도 저수익 사업 매각을 통해 6600억원을 확보했다. 올해 추가로 61개 사업을 정리해 총 2조1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서 포스코퓨처엠이 지난해 OCI와 합작해 설립한 피앤오케미칼 지분을 매각한바 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2000년대 초중반 양사가 상호 지분을 취득할 때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우호 지분을 확보했던 것"이라며 "현재는 지분 확보 여지가 사라져서 합의하에 매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사의 전략적 제휴 관계에는 변함이 없으며 지난해 일본제철도 포스코홀딩스의 지분을 매각할 때 전략 관계는 계속된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양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관계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일본제철 보유 지분 매각으로 양사의 전략적 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젠 서로를 글로벌 경쟁자로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