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현대건설과 경쟁을 펼친 한남4구역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승리하며 1조6000억원 규모 대형 사업 확보에 성공했다.

한남4구역 시공권 확보로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의 44%를 단숨에 달성한 삼성물산은 이후 강남권 대형 재건축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18일 삼성물산 관계자들이 한남4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된 후 조합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진행된 한남4구역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의 시공사 선정 총회 투표 결과 삼성물산이 조합원 1163명 중 675표를 확보하며 시공사로 결정됐다. 접전이 펼쳐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335표를 확보한 현대건설과 2배 이상 차이를 내며 압승한 것이다. 기권·무효표는 16표였다.

투표 결과로 삼성물산은 한남뉴타운에 래미안 브랜드를 입성시키게 됐다. 이로써 한남뉴타운에는 ▲2구역 대우건설 한남써밋 ▲3구역 현대건설 디에이치 한남 ▲4구역 삼성물산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이 들어서게 됐다. 5구역의 경우 지난해 진행된 1·2차 시공사 모집에서 DL이앤씨만 단독 참여해 수의계약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아크로’ 브랜드가 입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 배경에는 삼성물산이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100% 한강조망과 파격적인 금융혜택이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저 이주비 12억원과 조합원 분담금 상환 4년 유예조건은 조합원의 자금부담을 크게 낮춰 표심 확보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총 3조6398억원 수주하며 업계 3위에 머물렀다. 시공 순위 1위라는 명성에 비해 도시정비사업에선 경쟁사보다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6조612억원으로 1위를 달성한 현대건설과는 2조4000억원가량 차이를 보였다.

이는 일찍이 핵심 사업장 중심으로 수주전을 펼쳐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삼성물산이 수주한 7개 사업장 중 단 2곳을 제외하면 모두 공사비 4000억원 이상 사업장이다. 연말부턴 한남4구역 수주에 역량을 집중한 부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공사비 규모 1조5695억원 한남4구역의 시공권을 확보하며 지난해 수주액의 44%에 달하는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초대형 마수걸이에 성공한 삼성물산은 다음 사업으로 개포·잠실·압구정·신반포 등 공사비 1조원 이상 대형 재건축을 노리고 있다. 건설업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공순위와 도시정비 동시 1위 달성을 위해 초대형 사업장 위주 입찰 신청을 적극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묻지마 수주를 하지 않는 회사다 보니 그동안 입지를 보고 굵직한 사업장 위주로 확보해 왔다”며 “다만 작년보다 올해 더 공격적인 행보를 펼쳐 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물산이 가장 먼저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현장은 잠실 우성아파트 재건축 사업이다.

이 사업은 강남구 잠실동에 위치한 우성 1·2·3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2680세대 규모의 신규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공사비는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입찰공고에 따르면 조합은 오는 3월 4일까지 신청서를 받을 예정이다. 시공사 선정은 4월 중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우성아파트 재건축 사업 입찰에 도전하면 GS건설과 경쟁을 펼칠 가능성 높다. 지난해 9월 진행된 첫 입찰 시도에서 GS건설만 도전해 유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우성아파트 재건축과 함께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사업도 검토 중이다. 개포동 주공6·7단지 아파트를 재건축해 2698가구를 조성하는 이 사업 역시 공사비만 1조5139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조합은 21일 오후 2시에 현장설명회를 진행한 후 3월 12일까지 입찰신청서를 접수 받을 계획이다. 해당 사업엔 현대건설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한남4구역에 이은 2차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압구정 2·3·4·5구역과 신반포 4차의 시공사 입찰 참여도 역시 적극 추진 중이며 용산에서의 추가 사업장 확보 역시 진행할 계획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 수주전 승리로 올해 이어질 강남권 대형 정비사업 입찰 경쟁에서 유리한 출발점을 차지했다”며 “잠실과 개포 등 1조원 이상 사업장에서 연이은 승전보를 달성하면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량 1위 탈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