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과감한 혁신과 미래 지향적 전략으로 국내 재계 2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본 시리즈에서는 SK의 성공 비결과 앞으로의 비전을 심층 분석한다.<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SK그룹은 '서든데스'에 직면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 한마디는 202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나온 말이다. 단순한 수사가 아닌 절박한 위기의식의 표현이었다.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딥 체인지'다. 이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SK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AI, 반도체, 배터리를 3대 성장 축으로 삼아 대대적인 리밸런싱을 진행 중이다.
■ 3조원의 승부수, SK하이닉스 인수 신화
SK그룹이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시장 선도를 바탕으로 재계 2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성공은 12년 전 최 회장의 과감한 인수 결정에서 비롯됐다.
2012년 SK그룹이 3조3747억원을 들여 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당시 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적자가 2779억원에 달하는 부실기업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쌀"이라며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최 회장은 "M&A가 실패하면 하이닉스를 국가에 기부채납하겠다"는 각오로 인수에 임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당시 최 회장이 직접 공동대표를 맡아 진두지휘했다"고 회상했다.
인수 후 SK그룹은 과감한 투자로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인수 첫해에만 3조9000억원을 투자했고 2018년에는 17조원 투자를 결정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인수 10년 만에 매출 4배, 영업이익 34배 증가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AI 시대를 겨냥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024년 3월 세계 최초로 HBM3E 제품 양산에 성공했으며 2025년에는 HBM4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가 SK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배터리 사업으로 제2의 하이닉스 노린다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2019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를 분사해 SK온을 설립한 것이 그 시작이다. 이러한 행보는 12년 전 SK하이닉스 인수 당시의 과감한 결단과 닮아 있다.
최 회장은 배터리 사업에 대해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배터리 사업에 투입된다. 이는 SK하이닉스 인수 후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SK온의 성장 전략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2021년 포드와 체결한 30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은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 성과다.
생산능력 확대도 빠르게 추진 중이다. SK온은 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220GWh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기술 혁신 또한 SK온의 핵심 전략이다. 2026년부터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4680형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도 착수했다.
2025년은 SK온에게 IPO성공을 위한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지난 3분기 첫 분기 흑자전환의 상승세를 이어가 2025년 연간 흑자 달성, 그리고 2026년 상장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SK온 입장에선 재무적 부담이 줄어든 가운데, 공장 풀라인업을 가동하는 첫 해가 2025년"이라며 "연간 흑자달성 여부가 2026년 IPO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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