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몸살’ 증권업계, 또 기관주의 제재..새해부터 살얼음판

하나증권, 고객확인 업무 부실..기관주의 등 제재
대형 증권사 10곳 중 7곳 내부통제 부실 제재 처분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체계 구축..고객 신뢰 회복”
금감원, 7월 증권업계 책무구조도 도입 전 시범운영

윤성균 기자 승인 2025.01.20 11:36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지난해 크고 작은 금융사고로 몸살을 앓은 증권업계가 올해 신뢰회복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연초부터 어김없이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오는 7월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조기 시범운영이 시행되는 등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어서 증권업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하나증권 여의도 사옥 (자료=하나증권)

■ 고객확인 의무 위반..위험평가도 부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하나증권에 기관주의, 임원 주의 1명, 직원 등 자율처리필요사항 1건 등 제재를 조치했다.

하나증권은 고객확인 관련 업무지침을 마련하고도 부적절한 시스템 설계·운영 및 효과적인 모니터링 절차 구현 미흡 등의 사유로 임직원이 고객확인 의무를 적절하게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고객거래확인서를 통해 고위험고객의 금융거래 등의 목적과 거래자금의 원천 등 정보를 확인하고도 고객확인이 부실하게 수행됐다. 실제 확인정보와 상이하게 전산에 입력하거나 직업정보를 ‘무직’으로 기재한 고객의 거래자금 원천을 사업소득 또는 근로소독으로 입력하는 식이다.

고객위험평가 관련 절차도 어겼다. 신규위험평가모델에 따른 위험평가시 평가요소에 해당하는 일부 고객정보가 반영되지 않았다. 해당 평가요소가 위험평가에 반영됐다면 고위험으로 평가될 수도 있는 고객이 다른 위험등급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다.

하나증권이 2019년 2월 고객위험평가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시스템의 설계·운영의 적정성에 대한 검증 및 점검을 실시하지 않아 부적정한 고객위험평가시스템 운영이 장기간 지속된 결과를 초래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고객확인 의무 미이행 사례도 적발됐다. 하나증권 A지점 등 3개 영업점에서 2021년 1월 8일부터 2023년 12월 28일 기간 중 5명의 외국인과 계좌 신규 개설 및 일회성 금융거래 등을 하면서 이들의 국내 거소를 확인하지 않았다.

B지점 등 26개 영업점 및 비대면 채널에서 2021년 1월 5일부터 2024년 3월 24일 기간 중 강화된 고객확인이 필요한 고위험군 고객과 93건의 계좌 신규 개설 또는 일회성 금융거래 등을 하면서 금융거래 목적, 거래자금 원천 등 추가적인 정보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밖에 하나증권은 의심스러운 거래 모니터링 미흡과 자금세탁방지 업무에 대한 독립적 감사 미흡 등으로 2건의 개선사항도 지적받았다.

금감원은 “회사는 독립적 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사후조치 결과의 관리 및 보고 절차를 개선하는 한편 영업점의 의심스러운 거래보고 및 고액현금거래보고 업무처리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 대형 증권사 10곳 중 7곳 징계 처분

하나증권을 비롯한 대형 증권사들은 내부통제 부실 등으로 금융당국의 제재 조치를 줄줄이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10곳 중 금융당국 제재를 받지 않은 곳은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 세 곳 뿐이다.

신한투자증권이 4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미래에셋증권 3건 ▲NH투자증권 2건 ▲대신증권 2건 ▲KB증권 1건 ▲하나증권 1건 등이다. 위반사항도 업무보고서 제출 의무 위반, 계열사 임원 신용공여 금지 위반, 전자금융거래 안전성 확보 의무 위반,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등 다양하다.

이날 금융위원회에서 채권 돌려막기 등 불법 자전거래로 증권사 9곳에 대한 제재 심의를 앞두고 있어서 이 목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증권업계는 내부통제 체계 강화를 위해 연말 조직개편을 단행한 상태다. 올해로 예정된 책무구조도 도입을 차질 없이 진행해 고객 신뢰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은행·지주는 올 1월 2일 제출을 마쳤고 자산 5조원 이상 금융투자·보험사는 오는 7월 2일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대형 증권사와 보험사가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조기 도입‧운영할 수 있도록 시범운영 실시를 결정했다. 오는 4월 1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컨설팅·면책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 관련해서 내용이 나온 것이 아직 초기라서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며 “차차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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