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유 전 태광그룹 의장, 144억원 부당대출 의혹..조직적 사기대출로 윤곽
임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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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1 10:49 | 최종 수정 2024.11.0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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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태광그룹 전 경영협의회 의장 김기유(64) 씨의 ' 저축은행 150억 원 대출'이 단순 부당대출이 아닌 조직적 사기대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31일 검찰 등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의장 지시 하에 이뤄진 150억원 저축은행 대출은 허위서류와 차명계좌를 동원한 정교한 범행이었다. 이로인해 관련 저축은행들은 144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은 김 전 의장과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이모씨(65·여), 예가람·고려저축은행 전 대표 이모(58) 씨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2007년 '드로잉컬처' 모임에서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이씨를 만난 후 수십 차례 골프 비용을 대납해주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또다른 이씨는 시중은행 지점장 출신으로 2022년 5월 김 전 의장이 직접 고려저축은행 대표로 영입했다.
예가람저축은행과 고려저축은행은 지난해 8월 31일 이씨가 운영하는 부동산시행업체에 각각 100억원과 50억원의 대출을 실시했다. 대출금 중 100억원은 가짜 채권자 명의의 차명 계좌로 입금했다. 이 중 87억원을 횡령해 주식 투자와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출금의 일부가 김 전 의장 측에 전달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가 발행한 40억원 상당의 자기앞수표 중 1000만원이 김 전 의장 부인 계좌로 입금된 것이 확인됐다. 검찰은 나머지 미지급 수표와 횡령된 자금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예가람저축은행은 대출금 100억원 중 94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고려저축은행은 대출금 50억원 전액을 손실 처리하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두 저축은행은 김 전 의장과 두 이씨 등을 상대로 피해 원금 144억원과 이자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채권 회수를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으나 회수 가능한 자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김 전의장 "이미 해임 통보받았다" 반박..태광그룹 해임 통보일과 불일치
김 전 의장은 "저축은행 대표에게 지인의 대출 여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은 맞지만 압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당시는 이미 해임을 통보받은 상태여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태광그룹 측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김 전 의장이 저축은행 대표에게 대출을 지시한 것은 8월 23일 이전이고 태광그룹이 김 전 의장에게 해임을 통보한 것은 8월 29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 공소장을 보면 김 전 의장은 8월 23일 자신의 측근들을 불러놓고 그룹 감사를 거부할 것을 지시했을 정도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반된 주장은 김 전 의장의 직위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김 전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현재 김 전 의장의 측근인 저축은행 전 대표와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김 전 의장은 이번 사기대출 의혹 이외에 성추행 혐의도 받고 있다. 2년 전 '골프단 창단'을 명목으로 여성 프로골퍼를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을 공모한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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