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성 2명 중 1명 꼴 '디지털 성범죄' 피해경험..피해 후 대처 7.4%뿐

서울시, 3687명 대상 첫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조사

강재규 선임기자 승인 2019.12.02 14:03 | 최종 수정 2019.12.02 14:06 의견 0
성적괴롭힘에 해당하는 SNS 사례 (사진=서울시)


[한국정경신문=강재규 기자] 서울 여성들 2명 중 1명이 이른바 디지털 성범죄 피해 경험을 갖고 있는 겻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실시한 '서울 여성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 및 인식 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여성'은 43%(1581명)로 조사됐다.

직접 피해자는 14.4%(530명)였다. 

2~30대 피해경험(직?간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고, 직접 피해경험자는 30대(16.1%)가 다른 연령대(10대 15.4%, 20대 15.6%, 40대 13.2%)에 비해 가장 높았다.

실태조사는 서울시와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서울시 여성 367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5일부터 13일간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특이한 사항은 피해 후 대처했다는 응답률은 7.4%에 그쳤다.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를 해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43.1%)가 가장 컸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디지털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서울특별시교육청,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등 4개 단체와 함께 'On Seoul Safe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2일 밝혔다. 

디지털성범죄가 메신저?SNS 같은 일상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경찰, 여성단체 등과의 민?관협력으로 보다 강력한 예방?지원 대책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우선,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온?오프라인으로 통합지원하는 국내 최초의 플랫폼 ‘On Seoul Safe(온 서울 세이프)’(www.seoulcitizen.kr)’를 2일 정식 오픈한다. 

온라인 익명 상담부터 피해자 혼자서는 힘든 고소장 작성, 경찰 진술 동행, 법률?소송, 심리상담 연계까지 피해구제 전 과정과 정서적 지지까지 종합지원한다. 이 모든 과정은 젠더폭력 분야 1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지지동반자’가 1:1로 전담한다. 

디지털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그래픽=서울시)

서울시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지지?연대하는 ‘IDOO(아이두) 공익캠페인’도 시작한다.  지하철과 유튜브 등 온?오프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한다. 홍보대사로는 10~20대에게 친숙한 배우 김혜윤을 위촉했다. 

한편 디지털 민주시민이 지난 5주간(10.21~11.25일) 포털, SNS 등 12개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 총 4473건을 모니터링했다. 그 중 신고 건수는 총 2506건에 이른다.  시는 모니터링이 완료되면 신고?삭제 결과 등 활동 결과를 공개하고 추후 보완·운영 할 계획이다.

범죄유형별로 보면 ‘불법촬영물 유통, 공유’가 1256건(3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의 없이 유포?재유포(1,122건, 30%) △불법촬영물(618건, 17%) △성적 괴롭힘(362건, 10%) △사진합성(255건, 7%) △디지털 그루밍(65건, 2%)이 뒤를 이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SNS 상에서도 성인인증 없이 불법촬영물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불법촬영된 미성년자 사진을 게재하고 판매하거나 1:1 채팅을 통해 유인하는 계정이 많았다.

피해 유형별 가해자 현황은 '원치 않는 성적 대화(채팅)요구(37.2%)'가 가장 많았다.

'특정 신체 사진 전송 요구(33.5%)', '성관계 제안 수신(32.1%)' 피해의 경우 가해자가 'SNS 사용자'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성적 모멸감이 느껴지는 사진 영상물의 타인 소지(31.3%)', '성적 행위가 찍힌 영상 및 사진 무단 유포(27.8%)' 등 피해에선 가해자가 '친구(선후배 포함)'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경로는 △메신저(32.3%) △SNS(26.1%) △커뮤니티 사이트(25.3%) △이메일(24.8%) △채팅어플(18.6%) 순으로 나타났다. 직접 피해 경험이 비교적 높은 10대에서는 △SNS(46.9%)  △메신저(40.6%) △채팅어플(26.6%) △온라인 게임(23.4%) 순이었다.

디지털 민주시민 모니터링단에 참여한 김지현씨는 “분명 불법촬영물인데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온라인에서 이렇게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졌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캠페인에 동참하여 안전한 디지털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동 협력을 맺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배복주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심각한 만큼 서울시와 협력하여,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통해 피해자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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