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능력 향상 시도 이어진 보험업계..운영리스크 선제 대응 나선다

후순위채 발행 늘린 교보·메리츠..선제적 자본 확충 조치
보험업계, 1분기 K-ICS 비율 206.6%..전분기 대비 악화
보험사, 유상증자·사옥매각 나서기도..현금 흐름 개선 기대

우용하 기자 승인 2024.08.05 11:12 의견 0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최근 보험사들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를 늘리며 자본 확충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선제적인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자금 확충에 나선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일부 보험사에선 유상증자와 사옥매각 등 현금 자산 확보 시도도 잇따랐다.

교보생명·메리츠화재 본사 전경 (자료=각사)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가 내년 2월까지 후순위채 발행 한도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을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지난달 수요예측 결과 기대 이상의 흥행을 얻은 교보생명도 기존 발행 예정액보다 2000억원 증액한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현대해상이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으며 하나손해보험과 한화생명은 최근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후순위채는 변제 순위에 있어 일반 사채보다 뒤지지만 주식보단 우선하는 채권으로 보통 만기까지 기간을 10년으로 잡아 보험업법상에선 일부를 자금으로 인정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일반적으로 30년 이상의 만기가 긴 채권으로 후순위채와 함께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자본으로 인정되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선제적인 자본 확충을 바탕으로 지급여력을 개선하고 경제 불확실성을 비롯한 리스크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직전 분기보다 다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K-ICS 비율은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의 지급 능력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수치다. 보험업법상 최소 100%를 넘겨야 하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보험사들의 경과조치 전 K-ICS 비율은 206.6%로 직전 분기 대비 7.4%포인트 하락했다. 후순위채를 발행한 교보생명과 메리츠화재, 현대해상의 K-ICS 비율은 경과조치전 각각 175.8%, 226.9%, 166.9%로 모두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상회했지만 직전 분기 대비 26.4%, 15.3%, 6.3% 감소했다.

보험사들의 K-ICS 비율 악화는 시장리스크 확대에 더해 기초가정위험액이 시행되며 운영리스크가 증가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K-ICS 관련 규제가 강화될 예정인 만큼 보험사들의 자금 확충 행보는 다양한 방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먼저 하나금융그룹은 보험자회사를 대상으로 약 30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자금 수혈에 나섰다. 이번 증자는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에 각각 2000억1600만원, 999억8200만원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증자를 통해 보험자회사의 K-ICS비율을 증대하고 경쟁력과 영업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한화생명은 지난 2일 이사회를 통해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장교동 한화빌딩을 그룹 계열사인 한화위탁관리부동산 투자회사(한화리츠)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장교동 한화빌딩은 한화그룹이 본사로 사용하는 건물로 서울 시내 핵심인 을지로입구역에서 도보로 불과 2분 거리다.

앞서 한화생명의 1분기 현금·현금성 자산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17억원 감소했다. 이번 본사 빌딩의 매각이 8080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한화생명의 현금흐름과 K-ICS비율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최근 증권발행이나 유상증자와 같은 활동으로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은 금리 인하를 비롯한 금융 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며 “특히 보험부채 산출 할인율도 내려갈 예정임으로 K-ICS 비율 개선을 위한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시도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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