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된다.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주주 및 시장참여자들과 소통함으로써 진정한 내재가치 또는 기대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벌써부터 밸류업 수혜 기대감으로 그간 시장에서 저평가 받아온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이 일제히 들썩이고 있다.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이 빠지면서 ‘알맹이 빠진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을 계기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상장기업들의 노력은 제대로 평가 받아야 한다. 이에 창간 14주년을 맞은 한국정경신문이 대표적 저PBR주 업종으로 꼽힌 금융주를 중심으로 밸류업 행보를 들춰봤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이 확정됐다. 그간 사업보고서에 흩어져있던 정보를 재구성해 투자자들이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반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재무적 성과와 주주환원책에 그치지 않고 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 같은 비재무적 지표들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떠오를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및 해설서를 확정해 발표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상장기업이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립하는 발전 전략이다. 기존 사업보고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주요경영사항공시 등에 산재돼 있던 기업정보를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둬 재구성하는 종합보고서 성격이 있다. 기업의 종합적·입체적 시각으로 현황을 진단하고 목표·계획을 수립해 기업의 현재 모습과 미래상을 주주 및 시장참여자에게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자율성’과 ‘선택과 집중 가능성’을 꼽았다. 밸류업 계획 참여 여부와 작성 내용은 기업의 자율에 따르고 기업별 특성을 고려해 기업가치 제고에 의미 있고 주주와 소통할 필요가 있는 항목에 초점을 맞춰 기재한다는 것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상장기업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와의 소통 결과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가이드라인의 핵심 특징 중 ‘자율성’과 ‘선택과 집중 가능성’”이라며 “상장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개별 특성에 맞는 최선의 계획을 집중적으로 수립·이행·소통함으로써 밸류업 프로그램이 조속히 확산되고 한국 자본시장이 재평가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속해있는 산업의 특징, 사업구조적 특징, 성장단계, 주주 및 시장참여자의 관심 사항 등을 고려해 기업의 중·장기적인 가치 제고 목적에 부합하는 지표를 선정할 수 있다.
재무적 요소는 크게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성장성 등에 관련된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수익률, 영업이익 증가율, R&D 투자 증가율 등이 포함된다.
비재무적 요소도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데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배구조는 대표적인 비재무적 요소로 꼽힌다.
한국거래소는 지배구조의 경우 일반주주 권익 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 등을 위해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와의 연관성이나 주주 및 시장참여자의 관심도가 높다고 판단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체적 지표를 선정·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논의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재무지표가 강조됐다. 특히 여러 재무지표 중 PBR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PBR 개선을 통한 ROE 목표 공시, 주주환원책 개시와 실행, 성장 전략 개시 등의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지속가능발전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특징으로 기업의 자율성, 선택과 집중이 강조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ESG경영도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결국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계획을 수립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인 만큼 비재무적 요소인 ESG경영이 중요한 평가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재욱 대신경제연구원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주환원에 큰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결국 밸류업은 지배구조 개선이 본질이라는 데 공감한다”며 “미흡한 주주환원을 우선 잘 보완한 다음 각 기업별로 자신에게 맞는 거버넌스 개선, ESG 경영을 꾸준히 충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궤도에 오르면 기업들의 ESG 경영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지주는 이미 수년 전부터 ESG 고도화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에 나섰는데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리면 투자 확대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까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평가원이 올해 상반기 상징기업 정례 ESG평가를 실시한 결과 SK와 KB금융지주가 최고 등급인 S를 받았다.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A+ 등급을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은 사회(S)부문에서 S등급을, 환경(E)과 지배구조(G)에서 A+등급을 기록하며 경쟁이 치열한 금융지주 4사의 ESG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했다. 우리금융은 신한금융을 제치고 업종 내 2위를 차지했다. 사회 부문에서 S등급, 환경과 지배구조부문에서 A+등급을 기록했다.
한국ESG평가원은 “전체 8개 업종 중 두번째로 높은 ESG점수를 기록한 금융업종은 4대금융지주가 상위권에 포진하며 ESG경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도하고 있음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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