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HD현대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빅3이 미래형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하기 위해 로봇 배치에 한창이다. 최근 10년간 노동자 절반이 떠난 자리에 로봇이 인력난 구원투수로 활약할 지 주목된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는 현재 9만3000명이다. 초호황기였던 지난 2014년(20만3000명)과 비교해 54% 줄었다.
반면 수주는 유례 없는 호황을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올 1분기 136억 달러를 수주해 1년 전보다 41% 뛰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들어 현재까지 87억5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액(135억달러)의 64.8%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38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액(97억달러)의 39%를 채웠다. 한화오션은 목표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이 기간 5억1000만달러 규모의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해 순항하고 있다.
이처럼 K-조선은 3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수주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일감을 소화할 인력이 부족해 실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단 점이다.
■ HD현대 스마트조선소·한화 스마트야드·삼성 미래형조선소
조선 3사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로봇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첨단형 조선소 구축에 힘쓰고 있다.
우선 한화오션은 ‘스마트야드’를 핵심 키워드로 잡았다. 사람과 경험 중심의 생산 구조에서 데이터와 로봇 기반의 자동화·연결화·지능화 방식으로 변화가 목표다.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도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스마트야드와 방산, 친환경, 해상풍력을 올해 경영의 4대 축으로 제시했다.
한화오션은 현재 거제사업장에서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자동화 설비로 힘든 육체노동 부담을 줄이고 있다. 숙련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작업자가 마주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없애 안전한 환경을 조성했단 설명이다.
향후 생산 현장 자동화율을 70%까지 높여 쉽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지능형 생산혁신 기술로 개발한 로봇 80여종이 용접·가공 등 주요 공정에서 활약하고 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계열사들은 지난 2021년부터 스마트 조선소 전환을 목표로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1단계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구축했고 올해부터 2단계 목표인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를 구현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3단계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세운다는 목표다.
내년 말까지는 현대미포조선 내업공정에 디지털 자동화를 이룰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철판성형로봇과 판넬용접로봇 등 자동화 장비를 도입하고 설계와 연동된 가상물리시스템을 구축한다.
삼성중공업도 로봇 키우기에 진심이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지난달 주총에서 “획기적 자동화로 조선업의 패러다임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 중심의 무인·자동화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미래형 조선소의 기준을 확립한다는 것이다. 최 부회장은 이를 위해 “탈탄소와 디지털솔루션의 공급자로서 시장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핵심기술 내재화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로봇 및 자동화 기술은 90년대부터 논의돼왔고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접어들면서 추진 속도가 빨라지고 기술 형태가 고도화되고 있다”며 “로봇 투입이 최근 본격화한 만큼 당장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점진적인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비교할 때 선박은 규모가 현저히 크기 때문에 로봇을 모든 프로세스에 적용하긴 쉽지 않다”면서도 “좁고 높은 환경에서 고된 일을 하는 노동자가 많은 위험한 작업장에서 로봇화가 기여하는 긍정적 측면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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