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맞벌이하며 서울에 사는 A씨 부부는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결혼 페널티'를 받기 싫어서였다. 이 가운데 최근 신생아특례대출, 청약 제도 등이 신혼부부가 혜택을 더 줄수 있게 바뀌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합쳐서 연소득 1억5000만원인 이 부부는 혼인신고를 하는 게 나은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대체로 낮아지고 있고 A씨 부부에게는 이미 지방에 증여받은 주택이 있기 때문이다. A씨 부부는 주택을 더 취득하게 되면 양도소득세까지 고려해야 한다.
최근 신혼부부 특례대출 기준이 완화되면서 부동산 청약 시장도 이전에 비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다만 고소득 구간의 금리 수준과 양도세 등 세금 문제가 일부 신혼부부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주목된다.
■ 신혼부부, 이제는 불이익보단 이익?
정부가 이르면 오는 5월부터 완화된 버팀목·디딤돌 소득 요건을 적용한다는 소식에 많은 신혼부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 1.6~3.3%로 5억원까지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이 연간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신혼부부 연 소득 기준도 7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출 상품 소득기준이 다소 완화되면서 이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 범위가 더 커졌다. 2022년 통계청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신혼부부는 103만 쌍이다. 이 중 주택을 소유한 신혼부부가 42.4%다. 이 가운데 부부합산 연 소득 1억원 이상 신혼부부 비중이 16.3%에 해당하는 약 17만 쌍이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무주택 가구 수를 고려했을 때, 무려 1만 쌍 이상이 신생아 특례대출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신혼부부 소득구간이 상향됨에 따라 구매력을 갖춘 신혼부부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이전보다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이것도 일부 지역에 한해서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정부의 특례대출 기준 완화에 따라 기준 시세가 되는 9억원 이하 아파트 대단지가 몰려있는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매물이 매수의향자들의 사정권에 든다. 하지만 2억원 가량의 고소득 신혼부부들의 이 지역 선호도가 높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서울에서는 이 지역보다는 마포구, 서대문구, 동작구, 영등포구, 성동구 등이 직주근접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여건이 된다면 구축보단 신축, 지방보다는 서울이나 수도권 등 인구밀집지역을 선호하는 요새 신혼부부들의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서울 지역에서도 대체로 모든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지역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편중 현상을 생각하기 이전에 '금리 책정'은 사정권 안에 드는 신혼부부들 가운데서도 고소득자들이 필수적으로 살펴봐야 할 요소다. 현재 일반 주택담보대출이 4% 안팎까지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 이득이 크지 않을 수 있어서다.
이번 대출상품은 소득이 높아질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구조다. 따라서 1억3000만원 이상 신혼부부의 금리가 어떻게 책정되는지가 중요하다. 현재는 연소득 8500만원 이하는 연 1.6~2.7%, 8500만원 초과~1억3000만원 이하는 연 2.7~3.3%다. 1억3000만원 초과는 연 3% 중반대로 예상된다.
지난 2월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3.96%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향후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까지 고려하면 특례대출상품 출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이 상품이 애초 9억원 미만 대상 주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비슷한 금리의 한도가 더 큰 일반 주담대를 이용해 더 고가의 주택 매입을 원하는 신혼부부가 있을 수 있다.
■ 양도소득세·보유세 어떡해?
금리 문제도 있지만, 일부 특수한 상황에 있는 신혼부부들은 세금까지 고려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려 사항이 더 많아진다. A씨 부부의 경우도 그렇다.
현재 전세에 살고 있는 A씨 부부는 이미 증여받은 주택이 발목을 잡고 있다. A씨는 당시 비조정지역 6억원에 해당하는 82㎡ 아파트를 증여받아 이미 취득세 약2300만원을 낸 상태다. 또 보유세를 생각하면 다시 양도세까지 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부동산의 특성상 취득뿐만 아니라 보유기간, 매매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세금의 존재가 이 신혼부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 신혼부부에게 주워지는 세제혜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재 법적으로 1가구에서 2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때, 신규주택을 취득하고 이전에 이미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3년 이내에 팔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 특별히 신혼부부일 경우에는 조금 더 혜택을 줘 2년을 더한다. 혼인신고 후 총 5년 이내에 팔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에서 만든 '일시적 1가구 2주택' 제도에 따른 것이다. 신혼부부가 같은 세대를 이루기 전, 각자 소유하고 있었던 주택이 있을 경우 또는 한쪽이 증여나 상속, 매매 등에 따른 주택 소유자인데 결혼을 통해 다시 신혼집을 매수할 경우 '일시적 1가구2주택자'로 인정한다는 정부 방침이었다. 쉽게 말해 요건만 충족하면 2주택을 가지고 있어도 1주택인 것처럼 모든 세금혜택을 받도록 해놨다. 하지만 5년이 경과하면 똑같이 다주택자 중과세를 적용받게 된다.
하지만 A씨 부부는 자신들이 증여받은 주택이 지방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보유 주택이 팔리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차라리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일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집을 매수하는 편이 세금 측면에서 부담이 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69세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1.3%가 부동산 관련 세금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매우 부담된다'는 응답은 24.2%, '조금 부담된다'는 응답은 47.1%였다. 가장 부담되는 세금으로는 보유세(41.2%), 취득세(35.8%), 양도소득세(23%)가 뒤를 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주택일 경우 정부의 이번 제도 손질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상황상 투기성이 없더라도 다주택자가 된 경우에는 세금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동산 시장이 몇 년 새 가격이 크게 올라 보유기간과 지역, 주택가액에 따른 양도세율과 공시가격에 따른 종합부동산세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신혼부부에게는 세금 혜택이 절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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