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면세점 업계가 내수 강화로 해외 매출 부진 타개에 나선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늘었지만 면세점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중국 보따리상들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활로 모색이 필요해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들이 내수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주류 카테고리 강화다. 해외 여행을 떠나는 국내 여행객들의 쇼핑리스트에 항상 주류가 포함된다는 점을 반영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 수는 602만명으로 전년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면세점 업계 매출은 13조 7586억원으로 전년대비 22.78% 감소했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담당하던 외국인 매출은 32.44% 감소한 11조 726억원이다.
이와 다르게 지난해 내국인 매출은 88.32% 증가한 2조 6859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국인 고객들의 주류 카테고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7년 3%에 불과했던 내국인들의 주류 구매 매출 비중은 2022년 11.5%까지 늘어났으며 지난해 면세점 내국인 매출의 80~90%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2022년 정부가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해외 여행자가 국내로 들여오는 주류 면세 한도를 높인 데 이어 올해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주류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면세점 인기 카테고리는 화장품, 명품패션, 시계가 차지하고 있지만 내국인들의 여행 쇼핑리스트에 항상 주류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강화가 필요한 품목으로 바라보고 있다”라며 “내국인들의 여행 수요가 다시 회복됐다는 점에서 가격경쟁력이 필요한 카테고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주류 면세 한도 확대 기대감에 위스키 힘주는 면세업계
지난 2월 관세청은 ‘2024 관세청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주류 면세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주류 2병 합산 총량이 2L 이하이고 400달러를 넘지 않는 내에서 면세 품목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법안 상 맥주 한 캔이나 미니어처 양주도 한 병으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셌다.
주류 면세 한도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면세점들은 객단가가 높은 위스키 라인업을 높여 내국인 수요와 매출 회복을 노린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대만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의 제조사인 킹카그룹과 글로벌 면세채널 상품공급 및 판로 확대 차원에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롯데면세점은 시내점에 카발란 플래그십 스토어를 국내 면세업계 최초로 오픈하고, 롯데면세점 단독 카발란 상품을 개발에 나선다. 나아가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을 비롯해 호주 멜버른공항점과 미국 괌공항점, 베트남 하노이공항점 등 해외 주요 거점에 카발란 위스키를 확대 입점할 계획이다. 알짜 입지로 꼽히는 김포국제공항 주류-담배 면세사업권도 롯데면세점이 따내면서 주류 매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내국인 고객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것을 예상해 싱글몰트 위스키를 비롯해 트렌드에 맞춰서 브랜드 및 상품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시내점에서도 주류전문관 조성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은 글렌알라키 등 해외 주류를 유통하는 메타베브코리아와 손잡고 주류 확대에 나선다. 앞서 신세계백화점은 한발 빠르게 주류 면세매장을 오픈했다.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문을 연 이 매장은 총 60여개 브랜드, 900여개 품종을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앞서 1월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매장 80%를 주류로 채운 매장을 오픈하면서 위스키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75% 늘어났다고 알렸다. 지난해 12월에는 온라인 주류 판매 플랫폼인 데일리샷과 제휴를 맺는 등 판로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들의 해외 관광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데다 정부의 주류 면세 한도 확대 기대감으로 업계가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라며 “온라인 및 시내면세점에서도 주류 판매를 확대하면서 당분간 주류를 중심으로 내수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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