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냉온탕을 넘나들며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방한한 이탈리아 파스쿠찌 최고경영자(CEO)와 손잡고 글로벌 사업 확장을 도모하며 함박웃음을 짓는가 하면 이튿날 곧바로 검찰 손에 이끌려 피의자 신분이 됐다.
26일 법조계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임삼빈)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 탈퇴 강요’ 의혹과 관련해 허 회장을 소환했다.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허 회장은 비공개 소환을 요청했고 가슴 통증 등 건강 문제를 이유로 1시간여만에 귀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허 회장은 지난 18일, 19일, 21일 업무 일정 등을 이유로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22일 방한한 파스쿠찌 CEO와의 비즈니스 일정 때문으로 파악된다.
허 회장은 2019년부터 3년 동안 파리바게뜨 제빵기사가 소속된 SPC 자회사 PB파트너즈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PB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채용과 양성 등을 담당하는 업체다.
검찰은 지난 22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황재복 SPC 대표이사로부터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된다. 검찰은 허 회장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그룹 차원 및 허 회장의 지시와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 허 회장은 민주노총 탈퇴 강요와 검찰 수사관 매수 등 2가지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 내수 한계 벗어나 해외서 활로 모색
SPC그룹은 베이커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PC삼립 등 주요 계열사들의 호실적으로 2년 연속 3조원대 실적을 냈다. 업계는 이 추세라면 SPC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SPC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법 리스크와 노조 리스크뿐만 아니라 최근 황 대표 구속과 강선희 SPC그룹 대표이사 사장 사임 등으로 경영 공백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같이 국내 노조간 갈등 심화와 출점 규제, 내수 시장 포화 등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SPC는 한국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베이커리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 베이커리 시장 경쟁이 심화된 상황이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국내 제과점 수는 2018년 1만523개에서 2022년 1만5923개로 51.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파리바게뜨 매장 수 증가는 1.7%에 그쳤다.
여기에 프렌차이즈 제과점업은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전년 점포 수의 2% 내에서만 추가 출점할 수 있는 등 제한을 받고 있다.
SPC 측에 따르면 현재 파리바게뜨 국내 직가맹점 수는 3500여개로 베이커리 시장 점유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중국과 미국, 프랑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세계 10개국에서 55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미 지역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베이커리 시장 확장 차원에서 허 회장은 지난 24일 방한 중인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 CEO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와 만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MOU는 ‘이탈리아 내 파리바게뜨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위한 것으로 양사가 1년여간 협의한 끝에 이뤄졌다. SPC는 2002년 파스쿠찌 커피숍을 한국에 들여와 22년째 협업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허 회장은 “유럽연합(EU)에서 제빵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다양한 빵 문화가 발달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오랜 인연을 이어온 파스쿠찌와 함께 진출을 협력하게 돼 매우 기쁘고 든든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해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도 “한국을 비롯해 세계 11개국에 70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있는 글로벌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이탈리아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26일에도 미국 하와이에 비숍 스트리트점을 열었다. 비숍 스트리트점은 미국 파리바게뜨의 160번째 매장이다. 파리바게뜨는 비숍 스트리트점 개소에 이어 앞으로 알라모아나, 펄 시티 등 현지 관광지와 상업지역에 점포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SPC 관계자는 “SPC는 해외 진출 시 국가별 현지 시장 상황과 식문화 특성 등 여러가지 요인들을 고려해 맞춤화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규 지역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사업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해 세계 베이커리 시장서 베이커리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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