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이마트가 실적 반등을 위해 부실 사업 정리에 속도를 높인다. 지난해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내면서다. 이마트는 수익성이 낮은 매장을 폐점 혹은 리뉴얼하는 한편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사업부문을 통폐합하거나 정리하고 점포 토지·건물 등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적극적인 자산유동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이마트는 신세계엘앤비(L&B) 위스키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신세계엘앤비는 2008년 설립된 이마트 자회사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와인값 거품을 빼기 위한 목적으로 직접 설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엘앤비는 이마트와 이마트24 등에 와인을 공급하고 있다.
이날 신세계엘앤비에 따르면 작년 말 조직개편 때 위스키 신사업 전담조직 W비즈니스를 해체했다.
신세계엘앤비 관계자는 “국내생산 위스키 사업(K-위스키)만 중단했다”며 “당장 수익을 내기 힘든 사업은 지양하라는 경영진의 방향성을 받아 상품화하고 이익을 내는데 비교적 오래 걸리는 K-위스키 사업을 중단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2024년 신년사를 통해 “경영 의사결정에 수익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미래 신사업 진출 역시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위스키 사업 자체를 중단 한 것은 아니다”라며 “수입하는 위스키 사업은 잘하고 있고 당사 유통채널인 와인앤모어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진 부회장의 애정과 함께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인수 등으로 이슈가 됐던 와인 사업은 여전히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세계엘앤비는 작년 3분기 말 기준 10억4200만원 순손실을 냈다. 엔데믹 이후 와인 수요 감소와 고물가 여파 등으로 인해 시장 규모가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이마트 실적 하락의 주요인으로 작용한 신세계건설 일부 사업도 정리됐다.
이마트는 지난 14일 작년 실적 발표와 함께 신세계건설 레저사업 부문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최대주주다.
업계 1위 이마트의 작년 실적이 악화한 데에는 본업 영업이익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신세계건설 부진 영향이 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29조472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연간 최대 매출 달성에도 469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이마트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27% 줄어든 1880억원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이번 양수도를 통해 레저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외형확대와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두 회사는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양수도를 승인하고 4월말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신세계건설은 이번 양수도로 1800억원 규모의 매각 대금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마트는 또 지난해 11월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완전자회사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신세계건설에 흡수합병시켰다. 건설-리조트 사업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경영 효율을 증대시키기 위한 조치다.
작년 5월에도 이마트는 신세계영랑호리조트 리조트사업부문 전체를 신세계가 대주주로 있는 신세계센트럴시티에 748억원에 팔았다.
■ 정용진 애착 전문점들 줄줄이 폐점
수익성 확보를 위해 비효율적 전문점도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주도했던 잡화점 ‘삐에로쇼핑’부터 ▲드럭스토어 ‘분스’ ▲H&B스토어 ‘부츠’ ▲화장품전문점 ‘센텐스’ ▲색조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 ▲남성편집숍 ‘하우디’ 등 적자에 빠진 전문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정 부회장은 하우디 론칭 당시 SNS 홍보대사에 나서는 등 전문점 사업에 애착을 보여왔다.
이밖에도 ▲고품질 식료품 판매점 ‘PK마켓’ ▲제주소주(옛 제주 올레소주) ▲전자제품 전문점 ‘일렉트로마트’ 등 적자 전문점도 사업을 정리했다.
이같이 지속적인 전문점 사업 개편으로 이마트는 지난해 전문점 사업부문에서 377억원 흑자를 냈다.
이마트는 수익성 우선을 전제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성과가 저조한 전문점을 정리하고 가능성 있는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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