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맞은 삼양라면, K-푸드 대표주자로 ‘우뚝’

삼양라면, 오는 15일 출시 60주년
올해 라면 수출액, 10억달러 돌파 가능성↑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9.14 15:02 의견 0
라면 판매대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국내 최초의 라면 ‘삼양라면’이 오는 15일 출시 60주년을 맞이한다. 서민식품의 대명사로 한국인의 식량난을 해결해온 라면은 이제 K-푸드의 대표주자로 전 세계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이달부터 삼양라면을 리뉴얼 출시한다. 삼양식품은 기존 라면의 맛과 디자인을 리뉴얼하기 위해 약 1년간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새로운 패키지는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임을 강조하면서 삼양식품의 헤리티지를 유지하도록 표현했다.

특히 면의 모양은 기존의 원형면에서 초기 버전인 사각면으로 다시 돌아간다. 사각면은 면을 쪄낸 뒤 그대로 잘라 유탕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라면 특유의 꼬불꼬불한 형태가 잘 유지된다. 또 라면의 식감에는 원재료 배합도 영향을 미친다. 삼양식품은 면을 리뉴얼하면서 감자전분을 추가했는데, 이는 쫄깃하고 찰진 식감을 더해준다는 설명이다.

삼양식품은 1963년 9월 15일 삼양라면을 출시하며 국내 최초로 라면 시장의 문을 열었다. 당시 라면의 가격은 10원. 한국전쟁이 끝나고 식량난을 겪던 당시 삼양식품의 창업주인 전중윤 회장은 5원짜리 꿀꿀이죽을 위해 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라면 사업을 결심했다. 전중윤 회장은 일본의 식품기업을 찾아가 최초의 라면 제조 기술과 설비를 들여왔다.

라면이 대중화한 건 정부의 ‘혼분식 장려정책’이 추진되면서부터다. 당시 쌀 생산량이 부족해 쌀 대신 다른 식품의 소비를 장려했는데, 삼양식품은 이때 무료 시식 등을 통해 라면을 홍보했다. 실제로 1969년 라면은 월 평균 1500만 봉지가 판매됐다고 전해진다. 같은 해 삼양식품은 베트남에 라면 26만 상자를 수출하며 최초로 라면 수출을 시작하기도 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라면 시장이 황금기에 들어서면서 지금의 스테디셀러 라면이 줄줄이 탄생했다. 농심은 1982년 너구리, 1984년 짜파게티, 1986년 신라면을 연이어 출시하며 라면 강자로 자리매김 했고, 팔도는 1984년 팔도비빔면을, 오뚜기는 1988년 진라면을 내놓았다.

오늘날 한국의 라면은 K-푸드의 대표주자로 세계인의 입맛을 홀리고 있다.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5억2202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출액(7억6541만달러)의 68.2%를 달성했다. 이 기간 누적 수출액이 5억달러를 넘어선 건 처음으로 역대 최고치다. 올해 라면 수출액은 10억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라면업계의 해외 매출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일찍이 수출을 시작한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들어온다. 농심은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미국·중국의 생산 공장을 가동한 결과 해외 매출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해외 진출 후발주자 오뚜기도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이 13.5%로 올라 안정적인 두 자릿수의 비중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해외에서 한국 라면의 인지도가 오른 이유는 K-콘텐츠의 공이 크다. 유튜브 ‘먹방’으로 소개돼 챌린지 형식으로 확산된 불닭볶음면, 영화 기생충에서 소개된 ‘짜파구리’ 등 K-팝·드라마·영화와 같은 콘텐츠로 전파된 라면은 세계적인 이목을 끌면서 글로벌 식품으로 도약했다.

특히 올해 라면업계는 ‘매운맛’ 경쟁에 나서며 더욱 자극적인 라면을 내놓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보다 두 배 매운 ‘더 레드’를, 오뚜기는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를 더한 ‘마열라면’을, 팔도는 왕뚜껑의 매운 라면 콘셉트 ‘킹뚜껑’을, 삼양식품은 매운 국물 라면 브랜드 ‘맵탱’을 론칭하고 다섯 가지로 세분화한 매운맛 라면을 내놓았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매운맛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라면뿐 아니라 떡볶이·간편식 등 전반적으로 매워지고 있다. 라면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젊은 세대의 유행 반열에 오르기 위해 매운 제품을 선보이는 추세”라며 “해외 판매용 라면 중에는 국내 제품보다 더 매운 제품도 있다. 극단적으로 매운 제품은 범용성이 낮지만, 매운맛은 한국 라면의 상징성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매운맛의 다양성을 넓혀 해외로 내놓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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