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재점화] ①엔데믹 맞이한 면세업계, 수익성 회복↑..“상황 예의주시”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5.31 15:33 | 최종 수정 2023.06.01 16:49 의견 0

국내 유통기업의 해외 수출은 대부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한류 제한령(限韓令·한한령)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면서 유통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 장애가 발생하고 한국 연예인의 방송 출연이 최소되는 등 한중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편집자 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국내 유통업계에서 중국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업계는 단연 면세업계다. 국내 면세점은 매출의 90% 이상을 중국인에 의해 올릴 만큼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코로나로 타격 입은 면세점이 점차 회복 중인 상황에서 중국의 제 2의 한한령 조짐은 달갑지 않다.

31일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 입국자 수는 11만1049명으로 전달보다 40.9%(3만4271명) 증가했다. 중국발 입국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선 건 지난 2020년 2월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올해 1~4월 동안 중국발 외국인 입국자는 23만780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1346명)과 비교하면 약 7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는 코로나 엔데믹 전환 이후 중국인 개별 관광객 등이 증가하면서 국내 면세점의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특히 국내 주요 면세점인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업계 3사는 올해 1분기 나란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 규모 자체는 감소했으나 중국 보따리상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를 낮추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다.

중국 보따리상은 면세점이 코로나 이후 관광객 유입이 막힌 상황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던 유일한 창구였다. 송객수수료는 외국인 단체관광객을 알선한 여행사와 이 같은 보따리상에 지불하는 수수료다. 코로나 이전 송객수수료는 10%대였지만, 이후 면세업계 간 보따리상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말 기준 최고 40% 후반대로 오르기도 했다.

올해부터 송객수수료는 해외여행이 정상화하면서 30% 초반으로 낮춰졌다. 그러나 아직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행 단체 관광 비자 금지는 풀지 않은 상태로, 당장 중국 단체 관광객의 회복 없이 면세업계의 반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 2016년 우리나라의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당시 시작된 한한령이 사실상 현재도 지속 중인 셈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한령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못 들어오고 있는데 당장 제 2의 한한령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서 전망을 논하기 어렵다”며 “면세점은 국제 관계 산업이라 국제 관계 속에서 형성된 시장인 만큼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복잡한 산업이다. 당장 잘 해결되기를 바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해외여행객 수요가 회복되면 면세점이 송객수수료에 대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품목별로 다르지만 현재 20%후반에서 30%초반으로 낮아진 상태”라며 “관광객 회복세에 따라 송객수수료를 더 낮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내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일단 올해 들어 해외항공 노선이 정상화하고 중국 이외의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하반기 전망은 나쁘지 않다. 특히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지만, 그 빈자리를 동남아 중심의 외국인 관광객이 채우는 추세다. 송객수수료를 낮춰 중국 보따리상의 매출이 감소해도 수익성이 개선된 만큼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장 엔데믹을 맞이하는 국내 면세점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면세업계는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해외 공항 입점을 통해 해외 매출을 확대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또 작년부터 외국인이 국내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는 해외 역직구 사업을 시작하는 등 온라인 사업 역량도 다지는 모습이다.

올해 인천공항 면세점이 사업자 입찰을 마치고 오는 7월부터 개편을 앞두고 있어 면세업계의 구도 변화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화장품·주류·담배 구역과 패션·액세서리 구역을 각각 나눠가진 신라와 신세계는 향후 10년간의 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거머쥔 만큼 고무적인 상황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기존의 입점 사업자가 바뀌는 만큼 7월 1일 소프트 오픈을 거쳐 그랜드 오픈을 할 예정”이라며 “현재 각 구역에 맞는 입점 브랜드 및 위치 선정과 상품 구색 준비 작업, 인력 선별 작업 등 기본적인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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