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 뗀 롯데제과, ‘롯데웰푸드’로 다 품는다..식품업계, 깊어지는 간판 고민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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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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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제과, 제당, 유업. 과거 주력 사업을 내걸고 운영해온 식품 모태기업의 ‘사명 변경’ 바람이 불고 있다. 특정 분야에 한정된 사명이 주는 이미지가 사업 다각화로 확장한 현재 기업의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 롯데제과, ‘롯데월푸드’로 사업 다각화 ‘속도’..글로벌 종합식품기업 도약 기대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내달 이사회에서 ‘롯데웰푸드’로 사명을 변경하는 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사회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최종 변경된다. 롯데제과가 롯데그룹의 모태기업 명인 ‘제과’를 떼고 새로운 간판을 걸게 된 건 지난 1967년 설립 이후 56년 만이다.
롯데제과의 사명 변경은 업계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사안이다. 이는 롯데제과가 지난해 7월 롯데푸드를 흡수 합병한 이후부터다. 기존 ‘제과’라는 사명이 현재 사업을 모두 포괄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롯데제과는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제과 사업을, 롯데푸드는 간편식과 육가공 식품 등 식품 사업을 운영해왔다.
통합 롯데제과는 향후 사업 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롯데제과는 합병 이후 연매출 4조원 규모로, 국내 종합식품기업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사명 변경을 통해 기존 사업은 물론 대체육·단백질 등 미래 먹거리 사업까지 모두 아우르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사명 변경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됐다. 국내 기업이 생소한 외국인들에게 사명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소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합 이전인 지난 2021년 롯데제과의 해외법인 매출 비중은 약 30%, 롯데푸드는 현지 법인 없이 수출로만 해외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통합 롯데제과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20%이다.
■ 식품업계, 사명 변경 ‘고심’..사업 다각화·이미지 반전 효과 노리나
식품기업의 대표적인 사명 변경 사례는 hy다. hy는 지난 2021년 한국야쿠르트에서 hy로 사명을 바꾸고, 종합유통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hy는 특정 제품명이 포함된 옛 사명이 간편식(밀키트)·발효유 등 기존 사업과 배송 서비스·균주 B2B사업 등 신사업의 영역을 아우르지 못 한다는 판단 하에 변경을 결정했다.
hy 관계자는 “새로운 사명(hy)이 50년 가까이 사용했던 사명(한국야쿠르트)보다 알려졌다고 보기 어렵지만, 변경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내외부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사명 아래에서 현재 기업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사업 확장에 도움된 부분이 있다. 내외부적으로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최근 매일유업과 CJ제일제당도 사명 변경을 검토했다. 매일유업은 현재 사명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은 기존 우유 사업과 대체유·단백질 건강기능식품·외식 사업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유업’을 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설탕 제조사라는 의미인 ‘제당’을 빼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재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 CJ제일제당의 주력 사업은 가공식품과 바이오 신사업이다. 사명에 포함된 설탕·유지·전분 등 식품 소재의 매출 비중은 10%대에 머무른다. 다만 소비자 호감도·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라 기존의 상징성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먹거리 산업 자체가 내수 시장보다 해외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더 크다보니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도 사명 변경 효과는 긍정적일 것”이라며 “사명을 통해 이미지와 정체성을 바꿔 사업 다각화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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