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펀드 판매사, 전액 반환 수용 '신중모드'..옵티머스·라임펀드 전철 밟나

금감원 분조위,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로 전액 반환 결정
옵티머스 전액 반환 불수용 전례..라임펀드는 ‘시간끌기’
전액 반환 수용 시 배임 이슈에 이후 소송서 불리하게 작용
피해자들 “염치있다면 즉각 수용해야..본사 앞 기자회견 열것”

윤성균 기자 승인 2022.11.23 11:20 | 최종 수정 2022.11.27 09:48 의견 0
22일 금융정의연대와 독일 헤리티지 피해자연대 등은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매사들이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을 즉각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자료=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당국이 독일 헤리티지펀드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을 내렸지만 판매사들의 수용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앞선 라임무역펀드와 옵티머스펀드의 경우 배임 이슈와 소송 등을 이유로 조정안을 불수용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 피해자들은 판매사들의 조속한 조정안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나서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진행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독일 헤리티지 펀드와 관련한 분쟁 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

독일 헤리티지펀드는 해외운용사가 상품제안서 대부분을 거짓 또는 과장되게 작성한 사실상 사기 상품이라는 게 분조위의 판단이다.

분조위는 “계약체결 시점에 상품제안서에 기재된 투자계획대로의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사는 상품제안서 등을 통해 독일 시행사의 사업이력, 신용도 및 재무상태가 우수해 계획한 투자구조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게 인정된다”고 말했다.

금감원 분조위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하면서 계약의 상대방인 판매사에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권고했다. 독일 헤리티지펀드의 주요 판매사는 신한투자증권(3907억원), NH투자증권(243억원), 하나은행(233억원), 우리은행(223억원), 현대차증권(124억원), SK증권(105억원) 등 6곳이다.

다만 판매사들이 금감원의 조정안을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투자자들이 투자 원금 전액을 돌려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금감원은 지금까지 독일 헤리티지 펀드를 포함해 총 3개 펀드에 대해 전액 반환 결정을 내렸지만 일부 판매사들이 배임 이슈와 구상권 보전 등을 이유로 불수용 결정을 내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 헤리티지펀드 판매사이기도 한 NH투자증권은 과거 옵티머스펀드에 대한 금감원의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수용하지 않은 바 있다. 관련 기관들의 책임소재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 취소를 받아들일 경우 이후 소송에서 법리상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NH투자증권은 계약 취소가 아닌 고객과의 사적합의 형태로 투자 원금 전액을 돌려줬다.

앞서 전액 반환이 결정된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서도 주요 판매사들은 법률 검토 등을 이유로 답변 기한을 한 달 연장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결국 모든 판매사들이 조정안을 수락했지만 특히 신한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의 착오 취소에 대한 법리적 견해와 자사의 책임을 물은 부분 등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이번 독일 헤리티지펀드의 전액 반환 결정에 대해서도 판매사들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분조위 결정문에서 법리적 견해나 사실 관계에서 다툼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독일 헤리티지펀드 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지난 8월 내린 과징금 등의 제재에 대해 소명할 부분이 있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하며 맞서기도 했다.

또 상장사의 경우는 섣불리 전액 반환 결정시 주주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배임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독일 헤리티지펀드 최대 판매사인 신한투자증권 지주사인 신한금융지주 주주들 사이에서 “헤리티지펀드 4000억원 손실 어떻게 할거냐” 등의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의 결정문이 전달된게 아니기 때문에 수용 여부를 속단할 수 없다”며 “내부 검토를 통해 정해진 기간 내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사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헤리티지펀드 피해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환매 중단 3년 여만에 나온 전액 반환 결정인 만큼 판매사들이 신속하게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에서다.

금융정의연대와 독일 헤리티지 피해자연대 등은 전날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약취소를 결정하기까지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렸고 오랜 기간 피해자들의 고통을 고려하면 만시지탄이나 분조위 결과를 환영한다”며 “판매사들은 계약취소 결정을 즉각 수용하고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조만간 피해 금액이 가장 큰 신한투자증권의 지주사인 신한금융지주 앞에서 분조위 결과 수용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원금 전액 배상 촉구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또 분쟁조정을 거부하는 판매사에 대해서는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총을 겨냥해 ‘10주 주식 사기 운동’을 벌여 주총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피해자연대 관계자는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옵티머스펀드에 대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 이후 판매사들이 시간끌기를 하며 책임회피를 한 전례가 있다”며 “판매사들은 염치가 있다면 계약취소 결정을 즉각 수용하고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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