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도 속절없는 인상 압박..경쟁력 잃어가는 국산 우유의 현주소

김제영 기자 승인 2022.10.24 14:48 의견 0
원유 가격 제도 및 조정에 대한 정부와 낙농가, 유업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국산 우유의 입지가 갈팡질팡 흔들리고 있다. [사진=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힘을 잃어가는 국산 우유가 벼랑 끝에 내몰린다. 저출산·고령화로 우유 소비 인구가 줄고 있지만 고물가 시대를 맞아 원유 생산 비용이 구조적으로 늘면서 국산 우유는 매년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유기업의 적자와 폐업이 잇따르자 유업계의 분위기도 어수선한 상황이다.

24일 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기업 푸르밀은 전사 메일을 통해 내달 말 사업 종료를 알리고 전 직원을 상대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메일에서 푸르밀은 코로나 이후 매출 감소 및 적자 누적에도 대책을 찾지 못해 사업 종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푸르밀은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LG생활건강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무산됐다.

푸르밀은 지난 1978년 롯데우유를 모태로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해 2009년 푸르밀로 사명을 변경했다. 푸르밀은 2018년 신동환 푸르밀 대표 취임 이후 적자 전환했다. 영업 손실은 ▲2018년 15억원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4억원으로 폭이 커졌다.

이번 푸르밀 사태로 국내 유업계의 팍팍한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업계 안팎으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유업계의 사정은 내외부적으로 좋지 않은 분위기다. 우유에 대한 소비가 감소해 수익성은 수익성대로 나빠지고 있으나 수입 유제품에 의해 공급 경쟁이 치열해져 국산 유제품의 경쟁력마저 잃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로 흰 우유 소비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국산 우유 자급률은 추락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우유 자급률은 지난 2012년 62.8%에서 지난해 45.7%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유제품 수입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수입산 우유는 124만톤에서 241만톤으로 2배가량 증가해 54.3%로 최대치를 달성했다.

유업계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업계 1위 서울우유를 제외한 유기업 대부분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후퇴했다. 매일유업은 전년보다 28.2% 감소한 영업이익 308억원을 기록했다. 남양유업의 경우 오너 리스크로 인한 법정 공방 이전인 2019년 3분기부터 영업적자가 지속됐다.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 영업 손실 421억원으로 적자 폭을 확대했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 원유 가격은 연내로 인상될 예정이다. 낙농가와 유업체로 구성된 협상위원회는 이달 내로 원유 가격 인상 폭에 대한 협상을 마치기로 협의했다. 새로운 원유 가격은 리터당 47~58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현재 2500~2800원대 형성된 흰 우유 소비자 가격이 30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국산 우유가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진 틈새로 수입산 우유의 입지는 더욱 유리해진다. 오는 2026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미국·유럽산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될 전망이다. 현재 수입 멸균우유는 관세가 적용됐음에도 국산 우유보다 가격이 절반가량 저렴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유기업은 사업 다각화 및 신성장 동력 모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유를 활용한 단백질·건강기능식품·간편식부터 우유가 아닌 아몬드·귀리 등을 활용한 식물성 우유 등 다양하다. 다만 신사업이자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은 대체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개념이다. 당장 수익성을 기대하기보다 관련 전문성을 강화해 강점으로 키우는 과정”이라며 “유기업만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제품 개발 및 사업 확대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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