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 CNS 말렸는데 복지부 강행..차세대복지e음 먹통에 공무원만 '욕받이'

이상훈 기자 승인 2022.10.04 09:43 | 최종 수정 2022.10.04 09:57 의견 18
1200억원을 투입했지만 서비스 오픈 후 한 달째 시스템 오류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차세대복지e음' 시스템. [자료=차세대복지e음 화면 캡처]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12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차세대복지시스템이 서비스 개시 이후 한 달 넘게 끊임없이 오류가 발생하면서 일선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사실상 모든 업무에서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해 민원인들의 항의를 매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결과 전국 읍면동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은 하루에 100~150건에 달하는 민원인의 항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현재도 차세대복지e음 시스템은 오류가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 오류 증상도 지역별, 업무별로 제각각이어서 시스템 정상화까지는 제법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복지e음 시스템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 ▲사회보장정보시스템(범정부) ▲복지로포털 ▲전자바우처시스템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사회서비스 유관시스템 등 각종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합한 토털 복지 시스템으로 만들어졌다.

2020년 3월 해당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LG CNS는 한국정보기술, VTW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고 조달청은 해당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사업 지분율은 LG CNS가 50%, 한국정보기술이 30%, VTW가 20%였다.

이후 2년여 기간 동안 개발된 차세대복지e음 시스템은 지난 7월 28일 1차 비공개 베타서비스를 실시했고, 이어 한 차례 더 전국 공무원들이 접속해 발생한 오류를 수정한 이후 지난달 6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식 오픈 첫 날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해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전국 모든 사회복지 시스템을 통합한 차세대복지e음의 문제점은 곧바로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전산을 통해 입력해야 하는 각종 행정업무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 각종 수당·자격증 발급 오류..복지업무 '올 스톱'

'의료급여' 지급 업무 중 오류가 발생한 '차세대복지e음' 시스템. [자료=차세대복지e음 화면 캡처]

오류·피해사례를 취합해 보니 전 영역에서 문제점이 확인됐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이 담당하는 각종 복지급여 수당, 사회보장급여 관련 각종 증명서 발급 등 모든 분야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일례로 시스템 입력 오류로 저소득층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가 지급이 안 돼 당장 월세나 생계비가 없어 곤란에 처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아동수당도 제 때 지급되지 않아 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각종 보장결정이 시스템으로 등록되지 않아 병원비를 할인받을 수 있는 의료급여 등록이 안 돼 병원에서의 마찰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장애인 표지(주차가능 표지) 발급도 안 되는 곳이 있다. 상부에서는 시스템 오류로 발급 안 되니 임시발행하라고 하지만 임시발행된 표지에는 일련번호가 없다. 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임시발행한 장애인표지는 일련번호가 없어 만약 장애인주차 벌금이 발생하면 수백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게 된다. 또 일련번호로 발급자 확인이 안 되니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의 책임소지도 불분명하다"고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장애인 복지할인카드도 제대로 발급되지 않아 임시감면증으로 대체하고 있다. 문제는 임시감면증의 유효기간이 1개월이어서 조만간 다시 재발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원인도 달마다 재발급받기 위해 내방해야 하고, 사회복지전담공무원도 한 번으로 끝날 업무를 다달이 반복해야 해 행정력 낭비가 심각한 상황이다.

또 다른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법정기일이 정해진 복지급여 수당 발급을 위한 전산입력을 하면 오류로 튕겨나가 입력된 자료가 초기화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수급대상자로 신청하기 위해 관련 서류와 사진자료 등 입력해야 하는 자료가 많은데 연거푸 오류가 나면 민원인 한 사람을 위한 업무에 몇 시간씩 소요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도 끝내 오류가 해결되지 않으면 업무는 적체되고 민원인의 불만이 우리에게 향한다. 하루에만 민원인들로부터 150건이 넘는 불만 접수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 같은 시스템 사용하는 복지시설도 피해..기존 시스템 사용 불가

'아동수당' 지급 업무 중 오류가 발생한 '차세대복지e음' 시스템. [자료=차세대복지e음 화면 캡처]

비단 사회복지전담공무원뿐만 아니라 여러 복지시설 종사자들도 시스템 오류로 업무가 제대로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시설인들 관련 업무 입력에서 오류가 발생하니 수동으로 입력하고 대조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을 임시적으로 열어달라는 요청도 잇따르고 있지만 이미 기존 시스템 운영이 완전히 중단돼 이 마저도 불가능하다.

이렇듯 업무 일선에서는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들이 민원인들의 '욕받이'를 하고 있지만 정작 복지부는 느긋한 듯 보인다. 초유의 복지시스템 먹통 사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복지부가 참여하는 대면회의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LG CNS를 중심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잦은 오류에 일찌감치 9월 초 개통은 무리라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정부는 시스템 오픈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한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은 "지자체마다 오류 증상도 다양하다. 어떤 읍면동에서는 되는데 또 다른 지역에서는 안 된다고 한다. 차세대복지e음 게시판에는 시스템 오류를 개선하고 있다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지만 한 달 가까이 지속된 오류 정황을 보면 금방 개선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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