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성인식 뱅킹 서비스들을 종료하고 있다. [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로 주목받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성인식 뱅킹 서비스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에 밀려 이용률이 저조하자 시중은행들이 채널운영의 효율화를 이유로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보다 고도화된 AI기반 뱅킹 서비스로 기존 서비스를 대체하기로 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의 ‘보이스뱅킹’, ‘소리뱅킹’ 서비스와 삼성전자 스마트냉장고와 KT 기가지니에서 제공하던 ‘우리홈IoT뱅킹’ 서비스를 이달 30일까지만 운영하고 종료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효율성 증대와 간소화 측면에서 일부 비대면 서비스 종료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소리뱅킹은 지난 2017년 3월 도입된 음성인식 AI뱅킹 서비스다. 고객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의미를 파악해 금융거래를 실행하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로 주목 받았다.
보이스뱅킹은 우리은행이 2019년 새롭게 우리WON뱅킹을 출시하면서 탑재한 새로운 음성인식 뱅킹 서비스다. 애플의 시리와 구글 어시스턴트 등 스마트폰의 음성인식기능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2017년 출시된 우리홈IoT뱅킹은 스마트냉장고와 AI 스피커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연계한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다. 당시 가전·통신업체와 시중은행이 협업해 AI와 IoT 기술을 금융 서비스에 접목시켜서 업계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도입 5년 만에 중단이 결정된 것이다.
우리은행 측은 채널 간소화와 효율성 증대를 이번 서비스종료의 이유로 들었지만 이용률 저조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음성인식 뱅킹 서비스의 이용객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때 보이스뱅킹이니 IoT뱅킹이니 인기가 있었지만 모바일뱅킹앱에 접속만 해도 다 되는 것을 굳이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앞서 지난해 7월 SK텔레콤과 제휴한 NUGU 스피커의 음성인식 금융서비스의 중단을 결정했다. 이유는 이용률 저조였다.
당시 국민은행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계약기간이 종료돼 SKT 측과 계약 유지를 놓고 논의한 결과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은 상황에서 이용률이 저조하고 효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와 IoT 기술을 활용한 음성인식 뱅킹서비스는 도입 당시만해도 은행들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했지만 정작 서비스 출시 후에는 소비자의 외면으로 서비스 존치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융상품을 계속 출시하면서 중간중간 정리하며 업데이트해 나간다”면서 “마찬가지로 현재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되면 기존 서비스들을 리뷰 차원에서 정리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AI 등 최신 기술 개발로 이전 세대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들은 도태 과정을 거치면서 종료 수순을 밟게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최신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지속해서 개발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실제로 지난해 NUGU 음성인식 서비스를 중단한 국민은행은 올해 2월 Z세대 전용 금융플랫폼 ‘리브 넥스트’에 NUGU 기반 AI 뱅킹 서비스인 ‘콜리와의 대화’를 탑재했다. AI 스피커에서 모바일뱅킹앱으로 플랫폼을 전환한 것이다.
우리은행도 지난 3월 AI 상담 서비스를 고도화해 적용한 AI상담봇과 AI챗봇 서비스를 내놨다. STT(음성인식), TTS(음성합성), NLU(자연어이해) 등 AI언어 기술을 활용해 AI상담봇은 음성 기반으로, AI챗봇은 문자로 사람과 대화하듯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간단한 음성인식만 가능했던 기존 IoT뱅킹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지난달 KT와 손잡고 올레tv에 AI 기반 화상상담 서비스 ‘홈브랜치’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홈브랜치는 KT 올레tv 내 신한은행 채널에서 기가지니의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AI 기반 화상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TV를 통해 은행 직원과 실시간으로 금융 상담 및 간편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홈브랜치는 화상 상담 기능을 활용한 한 단계 더 발전된 서비스”라며 “특히 다른 채널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니어 고객분들이 TV를 통해 좀 더 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