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 글로벌 리스크·불투명한 중국 시장 ‘난항’..넥스트 신시장은 ‘북미’로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올해 1분기 실적 '우울'
북미 신시장 진출 장기 과제, "유통망의 한계 극복"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5.11 16:17 의견 0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마스크만 벗으면 밝아질 줄 알았던 국내 뷰티업계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표정이다. 거리두기 및 실외 마스크 해제로 내수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지만 글로벌 상황은 아직 답보 상태에 빠져있다. 중국 의존도가 특히 높은 국내 화장품 시장은 2분기 역시 웃지 못 할 전망이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해외 직접 판매액은 올해 1분기 5677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2069억원)대비 53% 감소했다. 감소 폭이 가장 큰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직판액은 올해 1분기 4030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90억원) 대비 60.1% 급감했다. 상품군별로는 화장품이 3595억원으로 전년(9956억원) 대비 63.9% 가장 큰 폭 줄었다.

국내 화장품 기업은 중국 봉쇄 조치로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말부터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 봉쇄 조치를 내린 상태다. 특히 항구도시 상하이 봉쇄로 물류 대란과 생산 차질은 물론 소비심리도 부진해 수출입 물량이 감소했다. 다만 상하이 공장을 보유한 아모레퍼시픽은 전날(10일) 중국 당국에서 상하이 공장 재개를 허락 받아 가동을 시작했다.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물류비·인건비 등 각종 물가가 오를 대로 오른 와중에 팜유 최대 수출국 인도네시아가 지난달 28일부터 팜유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식물성 기름인 팜유는 지방산·글리세린 등을 파생하는 지방 알코올류로 보습기능을 가진 화장품과 생활용품 전반에 사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국내 팜유 수입가격은 전년 대비 40% 올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초 뷰티업계는 화장품 및 생활용품 일부 가격을 한 차례 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설화수·헤라 등 화장품 가격을 평균 10%, LG생활건강은 치약·세탁세제·섬유유연제 가격을 작년 말 11% 인상했다. 출고가 인상 후 팜유 수급에 차질이 생길 시 추가 부담이 더해질 전망이다. 기업은 통상 약 3개월 분량의 원재료를 비축하기 때문에 당장 생산에 차질은 없지만 부담스러운 상황임은 자명하다.

악재 속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실적도 먹구름이다. 공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작년보다 9% 하락한 1조2628억원, 영업이익은 13.4% 감소한 171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은 매출이 19.2% 감소한 1조6450억원, 영업이익이 52.6% 감소한 1756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뷰티업계는 중국 의존도 출소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넥스트 시장 ‘북미’에 주목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과 멀티브래드숍 위주로 북미 시장에 진출해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에 나선다. 아모레퍼시픽은 과거 이니스프리 오프라인 매장을 미국·캐나다 등에서 운영하다 3년 만에 철수한 경험이 있다. 이에 대표 브랜드를 글로벌 코스메틱 편집샵 세포라와 아마존 입점하는 등 북미 현지 채널에서 인지도 향상에 힘쓴다.

LG생활건강은 공격적인 M&A을 통해 북미 시장에 발을 들인다. 유통망 확보를 위해서다. 지난 2020년 미국 화장품·생필품 판매 회사 뉴에이본 인수 후 유럽 화장품 대표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도 사들였다. 지난해 미국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 지분 56%, 지난달 미국 화장품 브랜드 크렘샵 지분 65%를 인수했다. 현지 마케팅과 영업 역량을 높이고 유통 채널을 확보해 북미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성장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지금처럼 성장이 정체된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해외 진출 없이 내수 수요에만 의존해 아옹다옹한다면 작은 어항 안에 물고기만 많아지는 꼴”이라며 “한류 확대로 지금이 한국 화장품 산업이 글로벌로 뻗어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유통망의 한계 극복이 과제”라며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이 좀 더 공격적으로 M&A 에 나설 수 있는 이유는 유통력 때문”이라며 유통 체계 확보를 강조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