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돌릴 틈 없네"..한전, 전력 도매가 급락 '안심' 전기료 앞날 '깜깜'

올 1분기 영업손실 5.7조 규모 추정..분기 사상 최대치
물가 폭등..새 정부 '전기료 원가주의' 추진 현실화 의문
한전 "13일 실적 발표..향후 재무적 방안 공개 예정"

이정화 기자 승인 2022.05.11 14:49 의견 0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자료=한전]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한국전력이 연료비 폭등으로 '적자 수렁'에 빠졌다. 전력 도매가 급락 추세로 빛을 보나 싶었지만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크나큰 실적 부담을 짊어질 전망이다. '전기료 정상화'가 생존책으로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물가 상승세 우려로 발목 잡힌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13일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국제유가와 LNG(액화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전기료가 동결된 마당에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는 한전이 1분기 5조7289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본다. 이는 분기 사상 최대 적자 규모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한전의 연간 영업적자가 17조4723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이런 상황에 전문가들도 한전의 적자 탈피책은 '전기료 인상' 밖에는 없다는 입장이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4년 뒤에는 완전 자본잠식이 된다"며 "해결 방법은 원자재 가격 상승만큼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 한전은 적자 부담으로 올 들어 12조원 가량의 회사채 발행을 단행했다. 다만 곧 한도를 초과해 연내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전에 그나마 재무 부담을 덜어 준 건 '전력 도매가격' 급락이다.
앞서 정부가 국내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LNG 공급가를 이달 들어 크게 내리면서 한전이 발전사에서 사들이는 전력 도매값도 전월과 비교해 30% 가량 낮아진 것.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은 일시적일 뿐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이 다가올수록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고 원가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는 한전은 현재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사업 구조가 됐다. 연료비가 급격히 오르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전기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향후 새 정부가 빚더미에 빠진 한전을 구출해낼 지는 국민에게도 크나큰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전력 적자가 올해 특히 아주 크게 늘어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전기요금 같은 것은 계속 원가를 반영하지 않고 눌러놓으면 결국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새 정부가 '전기료 원가주의' 추진 의지를 드러냈지만 날로 치솟는 물가에 전기료 인상 단행이 빠른 시일 내 현실화 할 지는 물음표로 남는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축해 가동하고 있고 예산 절감에도 나섰다"며 "경영 효율화를 위한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전기요금의 경우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정책에 따라 갈 것으로 보이고 국민 부담과 연관된 사항이기 때문에 지켜보는 상황"이라면서 "오는 1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재무적 방안에 대한 방향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