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불 꺼질라" 에너지값 폭등·사채발행 초과 '재무 비상'..전기료 정상화가 '살 길'

올 1분기 5.7조 영업손실 추정 '역대 최대 분기 적자'
원자잿값 급등·회사채 발행 한도 눈앞 '부담 눈덩이'
"해결방법은 대내외 부담요건 반영한 전기료 인상"

이정화 기자 승인 2022.04.27 15:57 의견 0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자료=한전]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한국전력이 연료비 조정단가 동결에 더해 에너지 대란 조짐까지 맞닥뜨리며 대규모 적자 늪에 빠지고 말았다. 회사채 발행 규모가 한도를 초과하기 직전인 데다 전기까지 외상으로 사기로 결정하면서 벼랑 끝에 내몰린 한전을 구원해낼 핵심 방안으로 '전기료 정상화'가 지목되는 상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적자 확대 등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필리핀 자산의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 등 연료비가 치솟으며 올 1분기 역대급 적자가 예상된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이 1분기 5조7005억원 규모의 역대 최대 분기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한다. 연간 적자 규모는 최대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전기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날로 뛰면서 영업손실 우려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 LNG 수입 가격은 우크라 침공 사태 등으로 하루가 머다하고 오름세다. 한전도 올 1분기 LNG 전력구입에만 분기 기준 역대치인 9조9477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경영 적자 부담으로 올 들어 12조원 가량의 회사채 발행을 단행했지만 이 같은 발행 속도라면 곧 한도를 초과해 연내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전기차 충전료 5년 동결' 공약으로 실적 악화 공포는 나날이 강도를 더해간다. 앞서 치솟은 원자잿값을 전력 판매 가격에 반영시키지 못하는 한전에 또 하나의 부담거리인 셈이다. 이미 정부가 올 1·2분기 모두 연료비 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당 0원으로 동결하면서 한전은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팔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전은 제때 돈을 못 내 전력거래가 막히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외상으로 살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기도 했다.

현재 한전은 적자 규모를 상쇄할 만한 전기료 인상을 주장한다. 다만 새 정권 인수위는 물가부담을 이유로 이 같은 주장에 달갑잖은 시선을 내비친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자잿값과 인건비, 금리 등이 크게 뛰고 있는 만큼 전기료 인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영업적자를 해결방법은 원자재 가격 상승만큼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전기요금 현실화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무 부담에 속 타는 건 주주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정승일 한전 사장도 지난달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여러 노력에도 전기요금이 제때 조정되지 못한 점에 사과드린다"며 "원가 연계형 요금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 사장도 한전의 실적 방어에 적극 나서겠다는 포부를 건넸지만 '전기료 정상화' 외에 뾰족한 수가 나타날 지는 미지수란 평이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 요금제 일몰(7월 예정)은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며 "올해까지는 사채를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내년부터가 문제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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