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몰리는 가상자산 기부..비트코인·이더리움으로 군용품 구입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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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6 15:09 | 최종 수정 2022.03.0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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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가상자산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식 지갑을 통해 가상자산(암호화폐)을 모금하고 군용 물품 구입에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디지털 전환부 알렉스 보르냐코프 차관이 전세계로부터 기부 받은 가상자산 1500만달러(약 182억6000만원)를 방탄조끼 등 군수물자 구입에 사용했다고 6일 밝혔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우크라이나 내 비공개 장소에서 줌(ZOOM)으로 진행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외신들에게 앞으로 2~3일 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크립토 펀드에 기부된 5000만달러 상당의 가상자산보다 2배 이상 많은 가상자산이 추가로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기부된 가상자산 대부분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이었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250명으로 구성된 부처가 지난 달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이틀 안에 방탄조끼부터 식량, 붕대, 군용 야간 투시경 등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할 수 있는 유럽과 미국의 공급업체들을 찾았다고 말했다. 또 이들 공급업체 중 약 40%가 가상자산을 구입 대금으로 받았고, 나머지 업체들도 가상자산을 판매한 유로와 달러로 결제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디지털 전환부는 지금까지 테더(USDT), 폴카닷(DOT), 솔라나(SOL)로부터도 가상자산 기부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도트를 강조한 아바타 NFT를 발행해 유명해진 크립토펑크(CryptoPunk)와 기타 업체들로부터 가치 있는 NFT 수백 개를 받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디지털 전환부는 우크라이나 IT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해 2년 전 설립됐다. 디지털 전환부에 근무하는 이들은 대부분 35세 미만이며 원격으로 근무하고 있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해당 부처 합류 전 뉴욕 콜럼비아 대학에서 행정학을 공부하고 광고 기술 제공업체와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포함한 다양한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보르냐코프 차관은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현재 2주 내로 발행될 수 있는 NFT 컬렉션을 설계하고 있는 2개 회사와 협력하며 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NFT의 수량이나 형태가 어떻게 될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가상자산 기부에 대한 열기도 나날이 더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도 우크라이나 아동을 돕기 위해 클레이(KLAY) 300만개(약 42억원)을 국제 아동 구호기구 유니세프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클레이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가상자산이다.
또 다른 메인넷 기업 피스트 트러스트(PIST TRUST)도 가상자산 벤처캐피털 세조에셋(Sejo Asset)과 함께 1만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우크라이나에 기부했다.
시총 6위 가상자산 리플(XRP)을 발행하는 리플랩스도 4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100만달러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가상자산의 새로운 사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가상자산은 국경의 제약 없이 누구나 지갑 주소로 손쉽게 송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해외로의 후원이나 기부가 복잡했고, 여러 중개 업체를 통해서만 기부가 가능했으나 가상자산이 기부 형태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엘립틱 공동창업자 톰 로빈슨은 "(개개인이 기부하는 가상자산의) 기부금 규모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체 지원액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세계 개인들이 전쟁 비용과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직접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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