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K-뷰티..LG생건·아모레, 중국시장 위기 속 ‘먹구름’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1.17 15:42 | 최종 수정 2022.01.18 08:05 의견 0
화장품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 양대 산맥이자 K-뷰티 대표그룹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추락이 현실화 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된 데다 중국 면세 시장의 부진 등에 따라 국내외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반 기준 LG생활건강은 전일 종가보다 1만7000원 내린 95만7000원, 아모레퍼시픽은 2500원 내린 14만9500원에 거래 중이다. 두 회사는 지난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후 예전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위기에도 흔들림 없던 100만원대 황제주 LG생활건강은 4년 만에 1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10일부터 증권가에서 쏟아지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실적 하향 보고서 영향으로 풀이된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예상치를 밑도는 하락세가 전망된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 실적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해외부문 영업이익이 큰 폭 하락 전망되고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의 위기는 중국 시장 부진의 영향이 주효했다. 중국 현지와 면세점 의존도가 높아 중국이 해외 매출의 절반 이상인 두 회사는 지난해부터 중국 내 입지가 흔들리던 상태였다. 럭셔리 부문에서는 해외 명품 브랜드와의 글로벌 경쟁이, 로드샵 부문에서는 중국 현지 브랜드인 C-뷰티의 입지 확대에 따른 현지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기초 화장품 상위 10개 브랜드 중 한국 브랜드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뚫린 중국은 최근 다시 비상사태다. 중국은 그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도시 봉쇄 등 강력한 방역 대책으로 소비활동이 제한돼 경기 둔화 추세를 보였다. 면세 채널의 유통 구조도 발목을 잡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자 국내 면세 시장은 한국에서 구매한 면세 물품을 중국으로 유통하는 중국 보따리상 따이공 의존도가 높아졌다.

특히 LG생활건강의 면세 채널 부진은 따이공의 높은 가격 할인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이익 하락세보다 주가 하락 폭이 큰 것은 중장기 비용부담에 대한 불안감”이라며 “기업형 따이공이 계속 가격 후려치기를 하면 면세점이나 화장품 업체들은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 수요처가 기업형 따이공 밖에 없다는 것은 협상력과 수익성 측면에서 큰 부담”이라며 “글로벌 여행이 재개돼 면세점이 다시 여행객들의 핵심 쇼핑 채널로 복귀해야 한다. 수요처가 다양화되고 많을수록 면세 채널은 좋다”이라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은 4분기 국내 화장품 실적이 흑자 전환했음에도 중국 내 로드샵 부진에 따른 해외 부문 타격이 크게 작용했다. 이니스프리의 매출이 50% 이상 급감해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의 호조를 희석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화장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 등 부담이 더해져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하누리 연구원은 “해외 매출의 경우 이니스프리 등 프리미엄 브랜드 감소가 럭셔리 브랜드 증가보다 크다. 역기저 부담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며 “경쟁 심화를 판가 인하와 판촉 증가로 대응하는 점이 오프라인 폐점 및 온라인 확대, 설화수 브랜드 강화에도 개선효과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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