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에 쏠린 전세계의 시선..비트코인, 법정통화 지위 얻다

이상훈 기자 승인 2021.06.11 16:13 | 최종 수정 2021.06.11 19:05 의견 0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Ⅳ. 중앙은행들은 엘살바도르의 경제적 안정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다. Ⅴ. 중앙은행들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 그 어떤 중앙은행에 의해서도 공급량이 통제되지 않으며 객관적이고 신용할 수 있는 기준에 일치하는 방식으로만 변경될 수 있는 디지털 통화의 유통을 승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열정적으로 연결한 잭 맬러스 온라인 결제 업체 스트라이크(Strike) 설립자 겸 CEO가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도입을 위한 법안 발의 소식을 전한 뒤 읽은 법안의 내용 중 일부다. 그는 비트코인(BTC)이야말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낙후된 금융 생태계를 가장 빨리 개선할 수 있는 방법임을 수 차례 강조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날 행사장에서 사전 녹화된 영상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자체가 변동성이 매우 커 현재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받지만 여전히 투기성 상품으로 보는 인식이 강한데도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에 승부수를 띄웠다.

다행히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채택 법안은 여당이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넘게 차지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통과됐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엘살바도르의 결정에 대해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것은 거시경제, 금융, 법적 측면에서 다양한 변수를 만들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엘살바도르의 상황을 둘러싸고 세계 각국과 중앙은행의 우려가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왜 엘살바도르는 이 같은 우려에도 비트코인을 법정통화화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어려운 국가가 가난을 탈출할 방법이 선진국에 의해 철저히 막혀 있다는 현실을 직시한 결과로 보인다. 인구 약 652만명인 엘살바도르는 현재 자국 통화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미국 달러(USD)를 사용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1인당 GDP는 4200달러에 가깝고 국민의 70%가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송금액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엘살바도르 경제활동 대부분이 은행에 기반한 금융시스템 밖에서 현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더 안 좋은 것은 해외에서 일하는 자국민이 엘살바도르로 송금하는데 수수료가 10% 이상 든다. 은행계좌가 없는 이들은 또 브로커를 거쳐서 더 적은 돈을 가져가게 된다.

잭 맬러스 CEO는 "최대 50%까지 수수료로 빼앗기게 된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비판했다. 앞서 잭 맬러스는 3개월간 엘살바도르게 거주하며 큰 비용 부담 없이 누구나 손쉽게 계좌를 가질 수 있고 저렴하게 송금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엘살바도르에서 모바일 결제 앱이 출시됐고 부켈레 대통령을 만나 비트코인의 법정통화화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됐다.

현재로서는 엘살바도르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이 법정통화이기 때문에 엘살바도르 내 모든 기업과 가게는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해야 한다.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든 교통수단을 이용하든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에 대해서는 엘살바도르 정부가 개발은행 내 수탁기관을 설립하고 비트코인을 언제든 미국 달러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엘살바도르의 이 같은 움직임에 중남미 국가들이 함께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 의회 에두아르도 뮈라 히노호사 하원 의원은 "하원에 가상자산을 위한 법안을 제안하고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타 파라과이, 파나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의 의원들도 비트코인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 금융 인프라가 낙후된 국가들이다. 또 달러에 의한 경제제재나 보복을 감당할 수 없는 국가들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엘살바도르의 결정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생태계에 엄청난 진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모든 국민이 계좌를 갖게 되고 저렴하게 송금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스트라이크는 무료로 비트코인을 송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비트코인의 강점은 발행 수량이 2100만개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유실되는 수량이 발생해 수량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달러처럼 무한정 찍어낼 수 없다. 전세계인이 참여하는 생태계이므로 타격은 받을 수 있지만 한 두 국가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금융 후진국에게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