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어피니티 풋옵션 공방 치열.."사법당국 권위 무시"VS"검찰 기소 영향없다"

조승예 기자 승인 2021.01.27 16:41 의견 0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 전경 [자료=교보생명]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간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분쟁이 법정 이슈로 번지면서 양측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은 최근 검찰 기소와 관련해 중재 절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보생명 측은 사법 당국의 권위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어피너티, 검찰 공소장 핵심 내용은 '허위보고'로 공인회계사법 위반

27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대주주 신창재 회장과 대립하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너티 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은 지난 25일 교보생명 풋옵션 관련 검찰 공소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어피너티에 따르면 이번 검찰 공소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허위보고'라는 조항을 들어 공인회계사법 위반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회계사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면서 평가방법, 비교대상 기업, 거래의 범위, 기간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뢰인인 어피너티 측의 의견을 참고했으면서 마치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 같은 기재를 한 것이 허위라는 설명이다.

어피너티 측은 "적정가치 산정 과정에서 의뢰인과 회계사간 의견 조율은 불가피하며 이런 사안으로 기소된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면서 "검찰이 문제 삼은 보고서의 해당 부분은 도입부로서 보고서의 중요 부분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는 지난 19일 교보생명의 고발에 따라 수사를 벌여 어피너티 등 FI 법인 관계자 2명과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의 회계사 3명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4월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이 자사의 FI 법인 4곳이 보유한 풋옵션의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출하면서 행사가격을 높이기 위해 평가기준일을 유리하게 정해 적용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교보생명이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평가업무 기준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안진을 고발한 데 이은 후속 조치였다.

어피너티 측은 '허위보고' 외에 다른 위반 내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공소장에서는 평가가격 적정성, 평가 기준일이나 주가산정기간 선택 등 교보생명이나 신 회장이 주장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어피너티 관계자는 "공소장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고발한 내용 중 가격의 적정성이나 평가 기준일 등의 문제점은 기소된 범죄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소장에 범죄사실로 언급된 공모, 허위 보고, 부정한 청탁, 부당한 이득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딜로이트안진에게 지급한 것은 교보생명 가치평가업무 수행에 대한 용역비 뿐이다. 여기에 용역계약서에 이로 인해 분쟁이 발생할 경우 딜로이트 안진의 법률 비용을 지급해준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용역비는 통상적인 수준이고 법률비용 부담 조항도 분쟁관련해 회계법인을 선임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조항"이라고 덧붙였다.

■ "주가 높게 책정되면 가장 많은 이득 보는 것은 신 회장"

어피너티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매입하면서 2015년 9월 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대 주주인 신창재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았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어피너티(9.05%), IMM PE(5.23%), 베어링 PE(5.23%), 싱가포르투자청(4.5%) 등 4개 투자자로 구성돼 있다.

어피너티는 딜로이트안진을 통해 풋옵션 행사 가격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매입 원가인 주당 24만5000원의 2배에 달해 과대평가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일어났다.

어피너티 측은 고발장에 의뢰인이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도록 가담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산정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되어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어피너티 측은 "오히려 교보생명이 자체적으로 매년 평가해 작성한 회사의 내재가치는 재무적 투자자측 감정가인 주당 40만9000원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재무적 투자자가 의뢰해 가격을 산출한 회계법인도 비슷한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한 이득을 주어야만 산출될 만큼의 높은 금액이 아니라 다른 내외부 전문가들이 산출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교보생명 주가가 40만9912원으로 확정되면 25만원대 가격으로 매입했던 어피너티에게 큰 이득이지만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것은 신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어피너티 측은 "교보생명의 최대 주주는 신창재 회장이다. 따라서 교보생명의 주가가 높게 책정되면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것은 신 회장"이라며 "교보생명의 CEO이며 회사를 발전시켜 가치를 높여야 하는 경영자가 스스로 자기 회사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했다며 고발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어피너티는 이번 검찰 공소가 오는 3월로 예정된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판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형사사건에서 수집된 증거가 민사분쟁에 새로운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어피너티 관계자는 "현재 검찰에 제출된 모든 증거자료는 투자자 측이 이미 국재중재에 증거로 제출한 것들이다. 검찰이 이러한 자료를 보고 기소 결정을 했더라도 ICC에서는 전혀 모르는 새로운 증거에 입각한 것이 아니므로 중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공소장 자의석으로 해석해 왜곡" 강력한 유감 표현

같은 날 교보생명은 곧바로 반박 자료를 내고 "어피너티가 공소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왜곡하고 있으며 사법당국의 권위를 무시하고 있다"고 맞섰다.

교보생명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검찰이 풋옵션 가격 산정 과정에서 어피너티와 딜로이트안진의 부정한 공모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기소한 사실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교보생명 측은 "어피니티 및 딜로이트안진은 공소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왜곡할 뿐만 아니라 위법한 사항에 대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검찰 공소장에 포함된 내용이나 법원에서 다뤄야 할 내용에 대해 본질을 흐리며 물타기하는 행위는 사법당국의 권위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어피너티와 딜로이트안진이 단순히 보고서를 조율한 것이 아니라 어피니티가 가치 산정 과정을 주도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누가 용역을 수행하면서 법률적 문제에 휘말릴 것을 예상하고 법률비용을 보전하기로 사전에 계약하겠는가"라며 "이미 자신들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불법행위로 인해 문제가 되면 법률비용을 보전해 주기로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당 40만9000원은 전체 지분 58%를 팔아도 맞출 수 없는 수치"

교보생명에 따르면 주주간 분쟁이 격화되자 회사의 정량적·정성적 손해가 발생·확대됐고 이사회에서 집행부가 이 문제를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공정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협상하려는 의사를 어피니티 측에 전달했지만 안진회계법인의 평가금액 40만9000원을 근거로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이 산정한 공정시장가치(FMV)의 부당함을 제기해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회사 손해 축소에 시급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검찰에 고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 측은 "어피너티가 주장하는 주당 40만9000원으로 환산한 지분가치는 최대주주의 지분에 이들의 지분을 더해 전체 58%의 지분을 판다고 해도 맞출 수 없는 수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피너티와 딜로이트안진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의심이 있어 평가기관을 선정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추정을 할 수 있다"면서 "신 회장이야말로 주주간 계약을 철저하게 따르며 합리적인 의심에 따라 평가기관을 선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계기를 통해 '관행', '통상적'이라는 미명하에 묵인되던 의뢰인과 회계법인과의 사기적 공모 결탁을 뿌리 뽑을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고의적으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짬짜미 행위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이 관행으로 용인된다면 자본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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