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비싸지는 삼성·LG 노트북 신제품에 소비자 "돈 없어 애플 맥북에어 구입"

이상훈 기자 승인 2021.01.26 18:07 의견 0
100만원대 초반 가격으로 출시된 신형 맥북 에어. 자체 개발한 M1 프로세서를 탑재해 성능을 크게 높였다. [자료=애플]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애플 제품은 비싼데 성능 뽑아내는 것 보면 인정. 타사 제품은 그냥 비싸기만 한 느낌", "2012년형 맥프로 레티나 현역으로 아무 불편 없이 쓰고 있어요. 2012년형 윈도 노트북과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엄청나죠", "인텔 칩세트를 사용하지 않고 애플실리콘 M1 칩세트를 사용했는데 호환성 문제가 거의 안 느껴집니다. MS오피스나 포토샵 같은 기존 프로그램들도 큰 불편 없이 쓸 수 있어요"

애플이 자체 개발 칩세트를 적용한 노트북 '맥북 에어(MacBook Air)'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간 애플 맥북은 비싸고 인텔 기반 프로그램 사용 시 제약이 많고 윈도보다 불편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신작만큼은 그러한 단점들이 모두 사라진 듯한 느낌이다.

가장 중요한 가격은 8코어 CPU와 7코어 GPU, 256GB 저장용량과 8GB 램(RAM)을 지닌 기본 모델이 129만원이다. 램 용량을 늘리거나 저장장치 용량을 늘리면 가격이 크게 증가하지만 기본 모델만으로도 일반적인 문서 작성, 영상 편집 등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아니, 4K 60프레임 동영상 편집도 수월하게 할 정도로 하드웨어 성능이 뛰어나다.

게다가 현재 애플은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생들을 위한 신학기 학생 할인행사(Back to University)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과 교직원이라면 현재 M1 칩세트를 탑재한 신형 맥북 에어는 116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신학기 학생 할인행사 사은품으로 에어팟 무선이어폰까지 증정하고 있어 소비자 체감 제품 가격은 100만원에 가깝다.

일반 사용자들이 느꼈던 맥북-윈도 노트북 간 호환성 문제도 사용자들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존 인텔 프로세서 기반으로 작동하던 프로그램들은 애플 M1용으로 변환해 주는 '로제타 2' 프로그램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워낙 변환 속도가 빨라 사용자로서는 별 차이를 못 느낀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플 M1용 정식 소프트웨어 출시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아이폰·아이패드용 앱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돼 범용성 측면에서 훨씬 낫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반면 국내에서 노트북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021년 주력 노트북은 200만원대 고가로 출시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북 플렉스2'의 출시가격은 사양에 따라 184만5000원~283만원, '갤럭시 북 플렉스 2 5G'는 272만5000원이다. 이 제품의 가장 낮은 사양 온라인 최저가격은 175만원 상당이다.

LG전자의 주력 노트북인 'LG 그램'의 올해 신작(16Z90P-GA50K 기준) 가격도 출시가 209만원이나 된다. 온라인 최저가격은 183만원 정도다. 두 제품 모두 SSD 256GB를 탑재해 기본 저장용량만큼은 애플 맥북 에어와 동일하다. 운영체제와 화면 크기 등 차이가 다소 나지만 애플의 맥북 에어가 경쟁 모델 대비 40%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이쯤 되니 "돈이 없어 애플 제품을 구입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확실히 가전제품의 신제품 출시가격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처음에는 애플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비쌌지만 어느새 애플 제품이 더 저렴한 것처럼 여겨지게 됐다. 대표적인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제품으로 꼽히는 아이폰조차 아이폰 12 들어 가장 저렴한 아이폰 12 미니를 최저 95만원에 출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23일 출시된 아이폰 12는 여전히 공급이 딸리는 상황이고 국내에서만 벌써 150만대가량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 12의 높은 판매량은 반대로 갤럭시 S21의 구매수요 감소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물건을 잘 만드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공 들여 만든 제품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기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사양을 높이고 가격도 동시에 올리는 와중에 전세계 브랜드 가치 1위인 애플이 신제품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했다. 기기 적응력이 뛰어난 젊은 학생들이 성능 좋고 가격 싼 애플 제품 구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만약 올해 삼성·LG전자 노트북의 판매가 부진하다면 그 원인을 비싼 가격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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