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고금리로 유혹한 농협은행..실제 우대금리 받은 고객은 '0'명

조승예 기자 승인 2020.09.29 18:07 의견 0
NH농협은행의 채움스마티 통장 이미지 (자료=NH농협은행)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NH농협은행이 높은 우대금리를 보장한다며 판매한 상품의 금리를 일방적으로 깎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은행에서는 우대금리 2%를 내세우며 고객을 유치했지만 실제로 해당 우대금리를 받은 고객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달 11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및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에 따라 매직트리통장, 해봄 N돌핀통장, 채움스마티 통장의 우대금리 인하 계획을 공지했다.

매직트리통장은 최고 우대금리를 연 0.8%에서 0.4%로 인하하고 해봄 N돌핀통장의 경우 상품 가입 기본금리(일별잔액 100만원 이하)를 연 1.5%에서 0.5%로 인하한다는 내용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건 채움스마티 통장의 장기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우대금리를 인하한다는 내용이다. 

2011년 3월 출시한 농협채움스마티통장의 경우 대학생이나 새내기 직장은 등을 대상으로 출시한 상품이다. 만 14세에서 33세까지 개인은 누구나 가입 가능한 통장으로 가입 즉시 연 3.0%(100만원 한도)의 금리를 적용했다. 농협 최초 거래 고객, 스마트뱅킹거래, 스마트현금카드 가입 고객의 경우 최대 1.5%포인트를 우대했다.

특히 5년 이상 연속 유지할 경우 금액 제한없이 우대금리를 연 2% 제공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불과 3년 뒤 장기가입 고객 우대금리를 1.5%로 깎았다.

이번에는 장기가입 고객 우대금리를 연 1.5%에서 연 1.0%로 낮추고 일별 잔액을 100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맡긴 고객의 경우 5년 이상 통장을 유지하면 연 이자 2백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가입했지만 실제로는 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해당 통장을 5년 이상 유지한 고객은 5만7000명이지만 처음 약속받은 연 2% 이자를 받은 고객은 단 한 명도 없다.

고객이 가입시 수시입출금통장이 수시로 금리가 바뀐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면 농협은행 역시 애초에 보장할 수 없는 우대금리를 내세워 상품을 판매한 것도 문제다.

상품 출시 초기 가입한 한 고객은 "회사에 입사해 처음으로 만든 직장인 통장인만큼 다양한 상품의 조건을 비교해보고 고민 끝에 장기고객 우대금리 혜택이 큰 채움스마티통장을 개설했다"면서 "5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는데 은행에서는 저금리 기조 때문에 금리를 일방적으로 내린다고 통보하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급하게 우대금리 인하 결정을 번복했지만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28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7일부터 인하될 예정이었던 입출식 예금 3종에 대한 금리인하 적용을 차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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