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늪에 빠진' 유니클로..식지 않는 'NO 재팬'에 "언제 재기하나" 초조

박수진 기자 승인 2020.09.28 15:41 | 최종 수정 2020.09.30 00:07 의견 0
지난달 2일 유니클로 강남점에 내걸린 영업 종료 안내문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일본 상품 불매운동 여파로 악화일로를 걸었던 유니클로가 최근 점포수를 늘리고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등 다시금 외연 확장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주 오픈한 부산 범일점을 비롯해 다음달 오픈을 앞둔 안성 스타필드까지 신규 매장을 계획하고 있지만 유니클로를 향한 소비자 시선은 곱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5개월만에 신규 매장 오픈..개점 당일 ‘불매운동’ 직면

28일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가 5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규 매장 ‘부산 범일점’이 오픈과 동시에 ‘일본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지난 25일 부산 동구 유니클로 범일점이 개장하자 부산지역 반일 시민단체는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이날 적폐청산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 특별위원회 측은 항일거리와 소녀상이 있는 부산 동구에 매장을 연 유니클로를 강하게 규탄했다. 

위원회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중소 상공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시점에 일본 기업의 대형 매장이 들어서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면서 “일본의 역사왜곡을 규탄하고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측도 “코로나19 여파로 중소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대형 매장을 여는 것은 돈벌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동구는 항일거리와 소녀상이 있는 곳인데 일본 기업의 대형 매장이 들어서는 것은 역사 왜곡에 대한 반성의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니클로 범일점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지난해 12월에 완공했지만 개장할 수가 없었다. 범일점 인근에 의류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통시장 4개에 1800여 점포가 밀집해 있다 보니 대형 일본 기업 매장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진시장번영회가 최근 유니클로 측과 극적으로 상생 방안을 합의하면서 범일점은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지난해 7월에 촉발된 일본 상품 불매운동 여파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니클로를 대상으로 계속되면서 유니클로 외형 확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유니클로는 지난해 일본 상품 불매운동 여파로 1년 만에 22개 매장을 폐점했다. 작년 8월 말 187개였던 매장 수는 지난달 164개까지 감소했다. 범일점과 안성 스타필드 매장을 합치면 매장 수는 총 166개다.

앱 사용자 수 지난해 ‘반토막’..日 극우매체 韓 조롱도 장애물

게다가 유니클로 앱 사용자가 지난해 불매 운동 시작 이후로 반 토막 난 채 유지되고 있는 점도 유니클로가 재기를 노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는 자사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로 국내 안드로이드·iOS 기기 앱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니클로 앱은 지난해 1월 월 사용자 수가 70만900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일본이 수출 규제를 단행하자 8∼9월에는 사용자 수가 30만명 미만으로 급감했다. 이후 11월 유니클로가 ‘15주년 감사제’를 마련했을 때 월 사용자 수가 68만8000여명으로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월 사용자 수가 다시 40만명 안팎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니클로 앱 지난달 사용자 수는 39만여명에 그쳤다.

아이지에이웍스는 “불매 운동 영향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15주년 감사제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에도 불구하고 회복세가 이내 멈췄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일본 극우 매체들의 계속되는 한국 조롱 보도도 유니클로의 국내 경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사왼다.

앞서 일본 주간지 ‘슈칸신초’(週刊新潮)의 인터넷판인 데일리신초는 지난 7월 초 ‘한국의 불매운동 1년, 일본 기업의 지원 없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슈칸신초는 혐한 성향의 기사를 다수 보도해온 매체다. 

칼럼은 “닛산 자동차와 올림푸스 카메라 등이 한국에서 철수한 한편으로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등 게임 업계는 판매가 늘어나는 등 일본 브랜드의 명암이 엇갈린다”며 “일본 기업들 도움 없이는 불매운동조차 진행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속사정”이라고 보도해 한국의 불매운동을 평가절하했다.

이 같은 보도가 유니클로의 국내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자칫하다 ‘NO 재팬=NO 유니클로’ 운동 재소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국내 반일감정이 고조된 당시 오카자키 타케시 유니클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한국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실언하면서 국내에서는 ‘NO 재팬’ 운동 ‘NO 유니클로’ 운동으로 이어진 바 있다. 당시 해당 발언으로 유니클로는 ‘NO 재팬’의 상징이 되며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는 매장에서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촉발한 아베 전 일본 총리가 물러나고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 정부가 새롭게 자리한 만큼 한일 관계의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 분위기가 작년보다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유니클로가 국내서 저렴한 가격과 모노톤의 기본 아이템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만큼 한일 외교 관계가 개선될 경우 이전의 유니클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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