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차유민 기자]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며 여행자용 결제 수단으로 여겨지던 트래블카드까지 환율 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여행용 카드를 환율 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지=챗GPT)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트래블카드를 통해 달러 등 외화를 미리 확보해 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여행이나 해외 결제 목적을 넘어 환율 변동에 대비한 완충 장치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환율과 재테크를 결합한 '환테크'다.

올해 1~11월 개인 해외 직불·체크카드 이용액이 처음으로 연간 6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해외 신용카드 이용액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카드사들은 트래블카드 이용 확산이 2030세대의 환테크 수요와 맞물리며 해외 직불·체크카드 사용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에는 환율 상승기에 달러 예금이나 외화 보험 가입이 주된 대응 수단이었다. 그러나 고환율이 상시화되며 장기간 자금을 묶어두는 방식보다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외화 보유 방식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

트래블카드는 원화를 외화로 환전해 전용 계좌에 보관한 뒤 해외 결제나 해외 온라인 결제, 현지 ATM 인출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해외 결제 시 환전 수수료나 국제 브랜드 수수료 부담이 적다. 환율이 낮을 때 외화를 확보해 두면 이후 환율 상승 국면에서 추가 환전 비용을 피할 수 있다.

이 같은 활용 방식은 해외 직구나 해외 주식·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자금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환율이 높은 시점에 외화를 새로 매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체감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트래블카드를 환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환율 흐름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경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외화를 다시 원화로 환전할 때 수수료가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상품에 따라 재환전 수수료는 0.5~1% 수준이다.

외화 예치에 따른 이자 역시 달러 예금에 비해 제한적이다. 단순 환율 상승 기대에 따른 외화 보유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트래블카드 확산은 고환율 환경에 적응하려는 개인들의 선택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카드사들도 변화하는 수요를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