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2026년 병오년을 맞아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AI 내재화(AX)와 실행력을 강조하고 있다. 고물가·내수 침체가 일상화된 저성장기에 접어들면서 기존 확장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동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유통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가 CEO들이 발표한 신년사의 핵심 키워드는 AX와 빠른 실행력으로 요약된다. AI를 내재화해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고 빠른 실행력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각 사)

유통가 CEO들은 올해도 어려운 경영 환경을 예상했다. 그러면서 핵심 사업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해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성장과 혁신을 바탕으로 롯데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자는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전했다. 당면한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해 자율성에 기반한 차별화된 성과 창출, 변화의 흐름에 선제적 대응, 강한 실행력 동반된 혁신의 완성을 당부했다.

신 회장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 지정학적 리스크, 인구 구조 변화 등 우리가 마주한 올해 경영 환경은 그룹 핵심사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의 뒤를 쫓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성장할 수 없다”며 “변화의 흐름을 예상하고 전략과 업무 방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강력한 도구인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재화하고 그 잠재력을 활용해 변화를 선도하자”며 AI 중요성도 강조했다.

신 회장의 신년사를 통해 올해 롯데그룹 전반 AI 활용이 내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테일 부문에서는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마케팅과 수요 예측 시스템을 고도화해 재고 관리 효율화가 기대된다. 실행력을 강조한 만큼 신유열 부사장 주도의 신사업 부문도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같은 날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사내방송을 통해 신년사를 전했다. 손 회장은 빠른 실행력과 도전정신, AI의 적극적인 도입과 글로벌 진출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우리가 마주한 경영환경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단기 성과 개선을 위한 한시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기반 구축 측면에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성공을 끊임없이 만들고 조직 전체로 전파해 조직 공감대를 확대해야 한다”며 “작은 성공이 반복되는 조직만이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K-트렌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실행력도 언급했다. 손 회장은 “이제는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가 미래 시장의 승자를 결정할 것”이라며 “속도가 곧 시장 점유율을 만들어내며 속도가 곧 성장의 핵심 조건이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또한 “AI 디지털 기술을 사업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핵심과제들의 실행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AI 경쟁력의 중요성도 재차 확인시켰다.

CJ그룹은 빠른 실행력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을 넘어 중동, 유럽 등 신규 시장 공략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물류 인프라 최적화, 콘텐츠 제작 효율 증대, 초개인화된 맞춤형 커머스 등 전 사업 영역의 현장에 AI 기술을 즉각 도입해 실행 속도도 높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을 다시 성장하는 해로 정의했다. 이를 위해 과감히 혁신하는 탑의 본성을 발휘해야 하고 과거 생각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할 것을 주문했다.

정 회장이 강조하는 탑의 본성은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내고 한 발 앞서서, 한 박자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다. 올해 유통가가 강조하는 빠른 실행력과도 맞닿는다.

정 회장은 “고객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으로 크게 성장하려면 1등 기업의 품격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며 “기존 전략을 개선하는 정도가 아니라 생각을 바꾸고 룰을 새로 세우며 고객 욕구 자체를 재창조하라”고 역설했다.

신세계그룹은 ‘탑의 본성’을 강조하는 만큼 올해 이마트의 공격적 성장이 예상된다. 이마트는 올해 고레잇 페스타 경쟁력 강화, 균일가 제품 확대, 트레이더스 매장 확대 등 외형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통가 CEO들의 신년사에서는 기존의 성장 공식을 버리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생존형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며 “AI를 생존을 위한 필수 도구로 정의하고 누가 더 빨리 실행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만큼 업계 전반에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