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가 본격적인 사업 재편에 나선다. 첫 움직임은 자주 사업 양도다. 신세계까사 매출 확대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수익성 개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내달 10일 임시주총을 열고 자주사업 부문을 신세계까사에 양도하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지난 25일 공시했다. 양도가액은 940억원, 양도 기준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이를 통해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 재편과 신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사진=신세계)

이는 계열분리 후 정유경 회장의 첫 사업 재편이다. 백화점 부문을 이끌어갈 핵심 사업부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과 뷰티 부문에 집중하고 자주(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부문)는 신세계까사로 이관해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정 회장의 믿을맨 김홍극 대표가 키를 잡는다. 김홍극 대표는 주로 상품 전문가이자 현장형 CEO로 알려져 있다. 2022년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후 5년간 적자를 이어가던 신세계까사 대표이사로 취임해 지난해 첫 흑자전환을 이뤄낸 인물이다. 앞서 2018년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역임하며 출범 이래 첫 흑자 달성도 이끌었다.

김홍극 대표는 내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신세계까사 대표이사 연임 및 자주부문 대표이사를 겸한다.

신세계까사는 올 하반기 마테라소 프리미엄 라인 출시와 함께 주방 제작 가구 시장에도 진출했다. 기존의 가구·인테리어 사업에 자주(생활용품)를 통합하면 종합 홈퍼니싱 기업으로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신세계까사는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이던 시절 2023년 매출 4500억원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부침을 겪은 바 있다. 이번 자주 부문이 통합되면 신세계까사 매출 규모는 단숨에 5000억원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번 재원 확보를 통해 연작, 비디비치, 어뮤즈 등 자체 브랜드들의 글로벌 유통망 확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주 부문 양도로 확보한 940억원 재원으로 패션과 코스메틱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와 신사업 창출에 나선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분기 영업손실 20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이는 코스메틱 사업의 글로벌 투자 증가에 따른 것이다. 재원 확보를 통해 연작, 비디비치, 어뮤즈 등 자체 브랜드들의 글로벌 유통망 확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뮤즈 등 인수로 성과를 본 것을 고려하면 신규 브랜드 발굴 및 M&A 가능성도 열려 있다.

패션 부문에서는 꾸레쥬, 더로우, 뷰오리 등 신규 브랜드의 매출이 증가세다. 수입 패션 부문은 신규 유망 브랜드 유치 등을 통해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2.1% 성장했다.

내년부터는 패션·코스메틱 중심 3인 체제로 재편한다. 김덕주 해외패션본부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총괄대표로 부임한다. 코스메틱 부문에서는 1부문에 1980년대 서민성 대표, 2부문에 1985년 여성 CEO 이승민 대표가 내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경 회장의 이번 사업 재편은 각 계열사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최소화해 그룹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실용주의적 경영 전략”이라며 “계열 분리 후 책임 경영을 본격화하는 첫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