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붉은 말의 해인 내년에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수혜에 힘입어 반도체(DRAM)·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디스플레이(Display) 등 R.E.D 업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는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분석한 2026년 산업기상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는 맑음, 배터리·바이오·자동차·조선·섬유패션 산업은 대체로 맑음, 기계·석유화학·철강·건설은 흐림으로 전망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분석한 2026년 산업기상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사진=대한상의)
올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6.3% 성장한 1650억 달러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9.1%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인프라 구축 경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D램 수요 확대가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등은 2026년에만 1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는 AI 기기 성능의 상향 평준화와 전력효율이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 증가로 내년 수출이 올해 대비 3.9% 증가한 176억7000만 달러로 예측됐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내년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OLED 출하량이 83.3%, XR(확장현실)용 OLED 출하량은 238.5% 증가할 것으로 각각 분석했다.
배터리 역시 AI 데이터센터용 ESS 수요 증가로 내년 수출이 올해 대비 2.9%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차, 기아, BMW 등에서 K-배터리를 탑재한 모델 출시가 집중되며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이후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미국발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수혜 축소 및 중국산 시장점유율 확대는 위협요인으로 꼽혔다.
올해 중국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77%를 돌파했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46.5%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처음으로 한국(38.7%)을 역전했다.
바이오업종은 국내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대규모 설비 가동 본격화와 미국 생물보안법 반사이익이 맞물려 대형 위탁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의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다국적 제약사와의 공동개발·기술이전 협력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다만, 미 정부 주도의 약가 인하 압력과 자국 우선주의 정책(공급망 내재화)은 수익성에 변수로 꼽혔다.
자동차업종은 국내 전기차 신공장 가동 본격화로 2026년 생산이 올해 대비 1.2% 증가한 413만대, 수출은 1.1% 증가한 275만대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계 자동차의 빠른 글로벌 점유율 상승은 위협 요인으로 지적됐다.
조선산업은 내년 올해 대비 8.6% 증가한 339억2000만 달러의 수출이 전망된다. 컨테이너선 발주 전망치는 375척으로 견조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LNG선 또한 미국 LNG 수출 확대에 따른 프로젝트 수요 및 카타르의 선단 교체 수요 등으로 최대 100척의 추가 발주가 예상된다.
다만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조치 연기로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전환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섬유패션산업은 중국의 한한령 완화 기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고부가 패션 상품의 수요 증가, 원화 약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등으로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2.0% 증가한 99억6000만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석유화학업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저유가에 따른 납사 등 석유화학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수출이 올해 대비 6.1%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최근 사업구조 재편 확대에 따른 가동률 회복세 전환, 글로벌 석유화학 설비 폐쇄 움직임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유럽에서는 총 533만5000톤의 에틸렌 공장이 2026년부터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다. 중국도 20년 이상 노후화 설비에 대한 개조, 설비 폐쇄를 계획 중이다.
철강 산업은 미국의 통상보호조치와 EU의 철강수입규제(TRQ) 등의 영향으로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산업의 내년 수출은 3.7% 줄어들 전망이다. 미 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건설 기계, 변압기 등도 올해 8월부터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으로 분류돼 50%의 품목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중동 플랜트 수요로 인한 일반기계 수요 증가로 수출 감소세는 올해 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은 고금리 지속으로 사업성 악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심사 강화, 안전 및 노동 규제강화에 따른 공사 지연 및 비용 상승이 민간 수주 상승 폭을 제한하고 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AI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공격적인 실험이 지속되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혁신 실험, 인센티브 체계 마련이 중요한 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