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최근 한 기업 담당자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몇년째 골린이라는 그는 자신의 실력 때문에 동반자들에게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그가 그렇게 된 데는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다.
다른 기업 담당자와 함께한 라운드에서의 일이었다. 처음 몇 홀까지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3홀 차쯤 되니 그 동반자의 공이 영 맞지 않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는 입을 완전히 다물어버렸다.
18홀 내내, 거의 4시간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골프를 쳤다. 나머지 동반자들은 서로 눈치만 보게 됐다. 결국 식당에 도착해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토너먼트에 나가려고 골프를 치는 게 아니다. 골프는 여가이자 사교 활동이다. 시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스코어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다.
일반적인 라운드에서는 매너와 배려가 골프의 핵심을 차지한다. 4~5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 다음에 또 함께 치고 싶은 사람인지가 그 라운드의 진짜 성과다.
골프를 잘 친다는 것은 공을 멀리 보내는 기술이 아니다. 그날 자신의 기분을 컨트롤하고 네 명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이 진정한 골프 실력이다.
골프는 매너 운동이다. 아무리 드라이버를 300야드 날려도 감정 기복으로 동반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건 골프를 못 치는 것이다. 반대로 실력은 부족해도 밝은 에너지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이다.
앞서 언급한 침묵의 골퍼는 감정 관리에 실패했다. "오늘은 영 감이 안 오네요"라는 가벼운 멘트 하나로도 경직된 분위기를 풀 수 있다.
매너 있는 골퍼는 자신의 실수조차 유머로 승화시킨다. "드라이버의 원래 이름이 왜이러지라면서요?"라며 웃어넘기는 여유가 진짜 골프 기술이다.
골프장에서 중요한 것은 '스코어'가 아니라 '사람'이다. 그러니 초보라며 위축될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다.
골프는 공을 홀에 넣는 게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너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