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SK텔레콤의 해킹사고 여파가 통신시장 전체의 마케팅 경쟁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KT가 시장 확대를 위해 보조금 인상에 나서자 타 통신사들도 일제히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한 것이다. 신제품 출시와 단통법 폐지 시행 등도 맞물려 있는 만큼 7월까지는 경쟁 열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통해 통신3사의 점유율 판도가 재편될지 주목된다.

7월 신제품 출시와 단통법 폐지에 맞춰 통신3사의 보조금 경쟁이 점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최근 갤럭시 S25 등 최신 스마트폰의 공시지원금을 확대하며 마케팅 경쟁을 펼쳤다.

경쟁의 발단은 KT였다. 지난 5월 말 갤럭시 S25의 공시지원금을 기존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대폭 상향한 것이다. 이에 S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최신 제품인 갤럭시 S25 엣지에 대한 공시지원금도 이달 들어 최대 50만원 수준으로 인상됐다. 일선 판매점으로 향하는 판매장려금을 늘리기도 했다.

오는 7~8월까지도 이 같은 양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Z 폴드7·플립7 출시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7월 22일부터 단통법 폐지 법안이 시행되는 만큼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9월 아이폰17 시리즈 출시도 변수로 지목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단통법 폐지에 따른 마케팅 경쟁 과열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제조사 경쟁 구도가 삼성·애플 양강 체제로 굳어진 데다 성숙기에 접어든 5G 등 마케팅 경쟁에 나설 유인가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각 통신사들도 소모적 경쟁보다는 통신서비스의 본원적 가치에 집중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에 머물렀다.

해킹사고로 대규모 번호이동 수요가 발생하자 이를 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삼아 보조금 전쟁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3월 총 번호이동자 수는 지난해와 유사한 52만5937명이었지만 4월 들어 69만954명으로 증가했고 지난달에는 93만3509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SKT에서 이탈하는 가입자들이 크게 늘었다. 4월 SKT에서 KT·LG유플러스·알뜰폰으로 이탈한 가입자 수는 23만7001명이었으며 지난달에는 44만49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달 동안 SKT의 가입자 순감 규모는 51만9860명에 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초에는 단통법 폐지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미 한 차례 마케팅 경쟁이 전개된 만큼 신제품 출시와 단통법 폐지 시점에 맞춰 보조금 확대 흐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시장 판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10년 넘게 유지돼온 SKT의 40%대 점유율 붕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SKT 역시 신규영업 재개에 맞춰 수성에 적극 나설 전망이라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김정찬 연구원은 “KTOA의 번호이동 통계 결과 4월과 5월 SKT 가입자의 순이탈 규모는 52만명으로 집계됐고 동기간 KT는 23만명, LG유플러스 18만명, MVNO 10만명 순유입을 기록했다”며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39%대로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규 모집이 재개되면 시장의 관심사는 단통법 폐지에 따른 보조금 경쟁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기에 향후 가입자 번호이동 결정 유인은 정보 유출보다는 보조금 정책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SKT는 유연한 보조금 정책을 통해 가입자 이탈을 완화하고 점유율 하락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