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면세업계가 기나긴 부진 터널을 지나고 실적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인천공항의 임대료 인하로 하반기 실적 반등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26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5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신라면세점은 전분기 439억원 손실에서 올해 50억원으로 적자 폭을 대폭 줄였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면세점도 각각 영업손실 23억원, 19억원으로 적자를 줄였다.

면세업계가 적자를 줄이며 실적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자료=연합뉴스)

기업별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면서 고강도 비용 효율화를 진행했다. 보따리상 의존도를 낮추고 개별 여행객 대상 마케팅 및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수익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작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면세점은 김동하 대표 취임 이후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말부터 중국 보따리상과 과도한 송객 수수료 지급 관행을 중단하면서 판관비 절감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이와 함께 수익성이 낮은 해외 사업장도 적극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호주 멜버른 시내점을 철수한 데 이어 올해 2월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을 철수했다. 싱가포르 창이점과 괌 공항점은 오는 2026년 6~7월 계약이 만료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적 철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인천공항 주요 사업자인 신라, 현대, 신세계는 영업손실을 꾸준히 줄이면서 실적 반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반기부터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한시적 무비자 입국 허용 등 정책적 지원도 핵심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여전히 높은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은 실적 개선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 철수가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주요 면세사업자 중 롯데만 유일하게 제외됐지만 이를 통해 고정비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2023년 7월 수익성 악화 상황에서 무리하게 고액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인천공항 철수를 결정했다.

최근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각각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공항 임대료 조정 신청을 냈다. 제1·2여객터미널(T1·T2)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들은 인천공항공사에 여러 차례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거절되어 부득이하게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매출이 급감하여 공항 면세점 운영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조정 신청에 대한 조정 기일을 내달 2일로 예정돼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낙찰된 만큼 임대료를 일방적으로 낮춰주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현재는 국제선 여객 수가 상당 부분 회복됐고 면세점들도 점차 실적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당시와 동일한 수준의 전폭적인 감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인천공항공사의 지난해 실적 중 60% 이상이 면세점 임대료 등 비항공 수익에서 발생한 만큼 핵심 수익원을 축소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 인하 가능성은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으며 공항공사의 강경한 입장과 계약의 특성상 면세업체들이 원하는 수준의 대규모 인하를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면세업계는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수익성 개선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비공개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고마진 상품 중심으로 MD를 개편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부신시내졈 폐점 및 강남점 규모를 축소하면서 운영 효율성 강화에 집중한다. 현대면세점도 지난 4월 3년차 이상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오는 8월 동대문 시내면세점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