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동맹' 비현실적이다] (하) 소리없는 '수주 전쟁' 자동차산업 대전환 예고

김성원 기자 승인 2020.08.03 11:00 의견 0
지난 6월 회동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LG그룹)
지난 7월 회동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SK그룹)

[한국정경신문=김성원 기자] '소리없는 전쟁터'인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이 가열되고 있다. 완성차 메이커들 사이에서는 배터리 공급업체와의 계약이 최우선 과제로 회자된다. 일부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완성시키데 집중하거나 일부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데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다만 전 세계에 걸친 배터리 '수주 경쟁'이 향후 자동차 산업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 '안정적 배터리 공급 구조'에 완성차 업계 사활 좌우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의 행보는 배터리 업체의 동맹이 아닌 오히려 수주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등 업체인 테슬라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는 우수한 부품 공급부터 확보하는 작업이 현재 당면한 급선무일 수 밖에 없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 동안 전혀 거래하지 않았던 삼성SDI를 전격 방문하면서 기존의 공급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을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누리는 '신의 한 수'를 뒀다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이는 배터리 생산업체 간의 '동맹'보다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의 '헤쳐 모여' 혹은 '합종연횡'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가능하다. 안정적으로 양질의 배터리를 공급받는 사업 구조가 전기차 점유율 경쟁에서 핵심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배터리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도 꾸준히 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GM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중국의 로컬 브랜드 1위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출범했다.

일본 도요타와 파나소닉도 지난해 전기차 현재 합작공장을 건설에 나서면서 업계의 판도 변화에 가세했다. 독일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해 6월 스웨덴의 신생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와 함께 연 생산량 16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생산 초기만 해도 배터리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합작법인 설립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급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맞추기 위한 조달의 안정성과 독자적인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합작법인 설립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사업계획이 매우 공격적으로 잡혀있기 때문이다. GM은 향후 4년간 쉐보레·캐딜락 등 여러 브랜드에서 20여종의 전기차를 출시해 2026년까지 연간 10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독일의 폭스바겐도 내연기관차량의 종식을 선언하며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1월 앞으로 5년간 600억유로(약 7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체 투자액의 60%인 360억 유로(약 45조억원)는 신차 개발에, 나머지는 공장 부지 구입 및 설비투자에 쓰일 전망이다.

■ 글로벌 합종연횡, 한국 자동차 산업에 '대전환' 메시지

이처럼 완성차 업계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요소가 됐다. 스웨덴 자동차 업체 볼보는 올해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신차는 전기차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내년까지 총 5종의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독일 자동차 업체 BMW는 중국에 연간 생산 16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한다. 또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는 전기차 브랜드 ‘EQ’ 모델 개발에 100억유로 이상(약 13조원),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분야에 10억 유로(약 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를 내놓고, 전기차 판매대수를 100만대로 늘려 시장점유율 10%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총 8만6434대, 테슬라는 총 36만75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을 올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테슬라의 ‘모델3’(7080대)이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43.3%)를 차지했다. 각각 2위와 3위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4877대·29.8%)과 기아자동차 ‘니로 EV’(2309대·14.1%)를 따돌렸다. 

이런 가운데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판매, 세계 시장 10% 점유를 목표로 뛰고 있다. 최근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를 잇따라 방문해 기술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나선 진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결과만으로 우열을 가를 수 없지만 현대차가 국내 시장도 테슬라에게 그렇게 빨리 뺏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전기차 챙기기'를 챙기는 모습은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에 획기적인 '대전환 메시지'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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