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2년뒤 日추월 세계2위 노린다..스마트폰 대신 차량 전장용 MLCC 집중

김수은 기자 승인 2020.07.07 23:17 | 최종 수정 2020.07.08 09:19 의견 0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자료=삼성전기)

[한국정경신문=김수은 기자] 삼성전기가 고품질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시장에서 절대 강자인 일본 업체들을 추월해 2년 뒤 세계 2위를 목표로 뛰고 있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사태로 역성장이 예상되는 스마트폰 대신 차량 전장용 MLCC 시장으로 투자 역량울 집중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체 MLCC 시장에서 삼성전기는 일본의 무라타에 이어 2위지만 전장용에 한해서는 무라타, TDK에 이어 3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특히 전장용 MLCC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부산사업장에 1000여 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하고 투자도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MLCC는 가전제품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수동부품이다. MLCC는 제품의 크기가 머리카락보다 얇아 잘 보이지 않지만 회로가 사용되는 전자 제품에는 쓰이지 않는 곳이 없어 ‘산업의 쌀’로 불린다. MLCC는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전기가 필요한 회로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과도한 전기가 회로에 공급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각종 회로 사이에서 신호 간섭도 방지한다.

■ 내구성 높은 고용량 MLCC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성장 잠재력 커

현재 삼성전기는 600층까지 적층한 고용량 MLCC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2004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5%대에 불과했다. 지난 2010년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 삼성전기는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으면서 급속한 성장을 거뒀다.

이듬해인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그동안 일본 업체가 점령했던 MLCC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기회가 되었다. MLCC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일본 무라타와 TDK, 교세라 등이 급격히 몰락했기 때문이다. 이후 삼성전기는 기술과 품질력을 향상시키며 점유율을 점차 늘려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업계가 추정하는 삼성전기의 현재 글로벌 MLCC 점유율은 23~25%이다. 점유율이 40%에 달하는 1위 무라타와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전장용 MLCC로의 전환으로 추격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의 품질력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장용 MLCC의 품질 향상을 위해 절단 공정 전까지 위해 미세먼지 하나 없는 클린룸 환경에서 MLCC를 제작한다. 절단 공정 이후에는 십여 명의 작업자들이 팀을 이뤄 철저한 품질 관리가 이뤄진다. 전장용 MLCC는 IT용 MLCC와 달리 운전자의 생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고사양 전장용 MLCC는 고온(150℃이상)과 저온(영하 55도)의 환경은 물론 휘어지는 강도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 높은 습도(습도 85%)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전장용 MLCC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온과 고전압에 견딜 수 있는 재료 개발, 진동과 내습 특성을 강화하는 미세구조 설계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삼성전기는 일부 원재료를 내재화(원재료 내부 수급)하고 특정 공정의 설비도 직접 제작하고 있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의 클린룸에서 직원이 전장용 MLCC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자료=삼성전기)

■ '전기차 시대' 맞아 부산·텐진 공장 본격 가동땐 도약 견인차 기대

최근 코로나19로 삼성전기는 두 번째 전환기를 맞이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된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2억7480만대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스마트폰 수요가 급감해 SA의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출하량도 8160만대로 전년 동월 1억1240만대 대비 27%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는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7610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23%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부터 스마트폰 시장이 점차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에도 스마트폰 시장은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장 시장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스마트폰에 비해 자동차는 공간이 넓고 최근 전장화로 복잡해지면서 MLCC 소요량과 적용 면적이 커 더 많은 물량을 판매할 수 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MLCC가 800~1200개인 반면 자동차는 6000~1만3000개가량이 쓰인다.

자동차업계가 스마트폰 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지만 가격 하락이 느리고 장기계약 중심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 IT용 MLCC 시장의 연평균성장률은 5% 미만이지만 전장용은 25% 이상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것도 삼성전기가 전장용 MLCC 시장에 투자를 집중하는 요인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은 삼성전기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되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지난 2018년 전장사업 확대를 위해 5733억원을 투자해 중국 천진에 MLCC 생산공장을 신축 계획을 확정했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천진 공장 가동이 지연되고 있지만 양산을 시작하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기는 부산에도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해 전장용 MLCC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전장용 MLCC를 강화해 업계 2위인 무라타와의 격차를 줄일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업체로부터 엄격한 검증을 통과했고 공급을 늘리고 있는 상태. 업계 관계자는 "부산과 중국 톈진에서 전장용 MLCC를 본격 공급하면 2022년 전장용 MLCC에서도 글로벌 2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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