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배우 이휘종(왼쪽)과 최우혁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사진=이슬기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특별한 일일 것이다. 다양한 라이선스 작품 속에서 창작 뮤지컬이 재연과 삼연을 올린다는 것 또한 평범한 성과는 아니다. 끊임없는 관객들의 재공연 요청에 힘입어 돌아온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시선을 끄는 이유다.
하지만 인기가 많은 작품인 만큼 새롭게 합류하는 배우들의 부담은 적지 않다. 이미 관객 마음에 자리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삼연을 맞아 ‘현빈’ 역을 맡은 최우혁, 이휘종 배우의 마음도 같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만큼 열정이 뜨거워졌고 남는 게 많으리란 기대가 일었다. ‘번지점프를 하다’로 도전에 나선 최우혁, 이휘종을 만났다.
Q. ‘번지점프를 하다’와 함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이휘종(이하 이): 초연과 재연 모두 제가 군대에 있을 때 공연했어요. 영상으로만 공연을 접했고 노래만 알고 있었죠. 콜을 받았고 오디션에 참여하게 됐는데 감동스럽기도 하고 감격적이기도 했어요. 늘 듣던 노래를 직접 부르고 공연하는 게 기적 같았죠. 도전이기도 했고요.
최우혁(이하 최):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관객들이 기다리는 뮤지컬로도 뽑힌 만큼 배우들 사이에서도 하고 싶은 작품이었거든요. 제가 ‘프랑켄슈타인’으로 데뷔를 했을 때 저를 뽑아주신 김희철 본부장님께서 제작을 맡으면서 제안을 해주셨어요. 계속 선 굵은 연기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배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Q. 연습을 시작한 후 체감한 작품의 매력이 있었나요?
이: 대본 리딩부터 이 작품이 지닌 힘을 많이 느꼈어요. ‘정말 좋다’라는 감탄도 했고요. 물론 2018년에 맞는 트랜디한 감성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아련하고 더 마음이 동하는 거 같아요.
최: 사실 좀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거든요. 아쉬운 점도 있고요. 그런데 보다 보면 정말 대단해 보이는 힘이 있어요. 뭉클한 감동이 있고요. 저는 그 원동력이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Q. 아쉬운 점을 조금 더 설명해준다면요?
최: ‘번지점프를 하다’의 한계점이라고 생각을 해요. 원작 속의 세심한 부분을 무대에서 다 보여주기가 쉽지 않거든요.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표현도 현저하게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인우와 태희가 사랑하는 과정이 더 있었으면 좋겠죠. 저는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뭘 먹었는지 소소한 것들이 궁금하거든요. 환생까지 할 만큼의 절절한 사랑이 관객들에게 잘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또 1막에서 현빈이와 인우가 만나는 장면에서는 뭔지 모를 긴장감을 줘야 하는데 등장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는 게 음악이에요. 정말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해요.
이: 모두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인우와 현빈이가 조금 더 친해질 수 있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아쉬움?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지금의 공연이 맞다고 생각도 해요. 쉽지 않지만 그 안에서 좀 더 캐릭터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 사진(자료=세종문화회관)
Q. 현빈이라는 캐릭터를 맡았어요. 어떻게 준비하고 무대에 오르고 있나요?
이: 현빈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건 사실이에요. 현빈은 태희의 환생이라고 볼 수 있잖아요. 작품 자체에 현빈이가 태희라는걸 알려주는 장치들이 있긴 하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혼란으로 시작해서 태희의 기억이 쏟아져 들어온 순간부터는 인우에 대한 미안함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최: 현빈이는 태희죠. 하지만 그 전에 현빈이는 현빈이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이)휘종 형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도 그런 지점이었어요. 이 친구가 현빈이로 살아온 18년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까 하는 질문을 던져봤죠. 사실 정해진 건 없잖아요. 현빈이가 양아치라도 현빈이는 현빈인 것처럼. 이 친구 자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좀 더 자유롭게 연기를 하게 됐던 거 같아요.
Q. 고민을 거듭한 결과 현빈이는 어떤 친구라고 생각했나요?
최: 평범하지만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아이요. 평범하게 사람을 보는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판단이나 행동에서도 편견을 갖지 않고 당당하고 솔직하다. 그 지점이 태희와 가장 닮은 부분이라고도 생각했죠.
이: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좋아하고 뭐든 잘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러면 재수가 없을 법도 한데 사람이 참 좋고 친구도 많죠. 그 친구를 떠올렸던 거 같아요. 모나지 않고 쾌활하고 긍정적으로 잘 자란 아이라고 생각해요.
Q. 서로의 현빈이를 보며 느낀 점이 있다면?
이: 우혁이가 그리는 현빈이는 1막에서 장난을 많이 쳐요. 나서서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고요. 보면서 ‘그래 현빈이를 저렇게도 그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무대에서 좀 더 자유롭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우혁이 공연을 보면서 저 스스로 내면적으로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어요. 자유롭게 무대에 오르는 것.
최: 저는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 크게 크게 잡아가서 섬세한 부분에서 놓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이미 앞에서는 커피로 장난을 쳐서 웃겼는데 뒤에 커피를 안 먹는 설정이 있는 거죠. 설정의 오류들을 지나칠 때 항상 휘종이 형이 잡아줬어요.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는 거 같아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 사진(자료=세종문화회관)
Q. 참여에 도전 의식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남다른 느낌을 받고 있나요?
이: 저는 이 작품이 제가 했던 공연 중에 규모가 제일 커요. 제가 했던 뮤지컬 중에서도 가장 섬세한 감성이 있는 작품이고요. 세 번째 공연이라서 부담이 있다기보다는 도전이었다는 생각이에요. 좋은 작품을 만난 만큼 그 속의 인물이 되어 살아나고 싶었어요. 그 자체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싶었고요. 제가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려낸 현빈이를 잘 만들어가고 싶어요.
최: 저는 반대로 대극장에서 선 굵은 연기를 주로 했어요. 지금 하고 있는 ‘명성황후’ 속 홍계훈과 전혀 다른 캐릭터이기도 하죠. 정적인 장군을 완성하고 내려오면 밝은 고등학생을 연기해야 하죠. 또 음역대가 낮아서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저는 중학생 때부터 이 외모에 이 목소리였거든요.(웃음)
처음에는 초연과 재연을 보신 분들이 많아서 그 그림에 맞춰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감성을 잘 품어서 전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어느 순간부터는 즐겁다는 생각을 더 했어요. 섬세한 극의 매력을 느꼈죠. 공감을 많이 하고 있고요. 소소한 감정들과 웃음, 눈물이 쌓여서 큰 울림이 되는 게 참 좋아요.
Q. ‘번지점프를 하다’가 어떤 공연으로 남길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관객들이 이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이유 중 하나는 ‘번지점프를 하다’ 속의 첫사랑, 아날로그적 감성이라 생각해요.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공감을 이끌죠. 내면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깊이가 오래오래 사람들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만들었으면 해요. 개인적으로는 제 작품 이력에 ‘번지점프를 하다’가 있는 게 너무 좋아요. 이 작품을 좋아한 만큼 행복한 일이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한다는 게 행운이죠. 끝까지 모두가 즐거운 시간이길 바라요.
최: 정말 백번 말해도 모자랄 만큼 노래가 너무 좋아요. 부르면서도 매번 감동을 받는데 관객들도 함께 감동할 수 있는 공연이었으면 해요. 개인적으로는 배우로서 폭이 넓어진 거 같아 좋고. 서정성의 매력을 알게 된 시간이에요. 꾸준히 돌아올 작품으로 모두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