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프라이드' 손지윤, 잊지 못할 작품이란 확신

이슬기 기자 승인 2019.07.28 19:15 | 최종 수정 2021.08.02 08:52 의견 2
배우 손지윤 (자료=이슬기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쉽지 않은 숙제를 풀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정말 행복해요." 무대를 앞두고 만난 배우 손지윤의 얼굴은 약간 상기돼 있었다. 반짝이는 눈빛까지 더해지니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가득 느껴졌다.

러닝타임 3시간. 두 시대를 오가는 흐름과 1인 2역의 연기. 배우에게나 관객에게나 쉽지만은 않은 작품이지만 그 순간의 호흡은 확실한 행복을 만든다. 손지윤은 연극 '프라이드'에 대해 "어렵지만 놓을 수 없어요. 내 삶이고 우리 모두의 삶이니까"라고 말했다.

'프라이드'가 2년 만에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 2014년 초연 이후 두 번의 시즌을 거쳐 벌써 네 번째 무대다. 수시로 트렌드가 바뀌는 요즘 사회를 생각하면 꾸준한 공연의 의미는 남다르다.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 그 가치에 관객들은 공감하고 박수를 보낸다.

손지윤 또한 이미 작품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출연 결정에 망설임이 없었다.

"참여한 적 없는데도 이미 친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고 공연도 봤죠. 세 번의 시즌을 다 봤거든요. 배우들이 이 공연을 통해 느끼는 만족감을 곁에서 보면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내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 되겠구나' 싶었죠.(웃음)"

연극 '프라이드' 공연 사진 (자료=연극열전)

'프라이드'에는 쉽지 않은 메시지들이 함께한다. 길을 잃고 헤매는 영혼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연극이다. 1958년과 2008년. 두 시대를 살아가는 필립, 올리버, 실비아를 통해 성(性)소수자들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 시대 속에서 인물들은 다르고 또 같은 장벽에 갈등하고 또 사랑한다.

손지윤은 연습하면서 "김동연 연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작품에 가득 찬 메시지를 이해하고 전하는 데 섬세한 접근도 필요했다. 또 김동연 연출은 새로운 배우들의 의견을 기다려주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줬다.

"네 번째 공연인 만큼 스토리, 장면, 캐릭터에 대한 정보는 답안처럼 가지고 계신 분이에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감사했던 건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는 점이죠. 배우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어려워하는 걸 납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잡아주고. 그래서 참 많은 걸 배운 작품이란 생각을 해요."

여러 차례 공연한 작품이지만 배우들과 제작진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수정 작업도 함께했다. 공연이 올라가는 시점의 상황도 반영해야 한다는 것. 배우들은 대사 하나하나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공연을 만들었다.

"대사 중 '여배우의 성대란 이런 것이다'라는 게 있어요. '여배우'라 단정 지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했죠. 저는 일단 수정하지 않고 여배우라고 해요. 그 대사를 하는 순간에는 오히려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제겐 프라이드로 느껴졌거든요. 저도 동기들한테 '이 남배우들아' 했던 사람인데 이상하게 울컥하더라고요. 여자 배우에게도 우리들 만의 연대가 있고 목소리가 있어요. '우리의 영향력과 힘이 이 정도야!' 외치고 싶고 응원하고 싶었어요."

배우 손지윤 (자료=이슬기 기자)

손지윤은 매 작품 공연을 하면서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성장을 느낀다고 한다. 새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답을 자신에게서 찾듯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생긴다. 공연이 약 한 달 남은 시점에서 '프라이드'는 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손지윤은 "고맙고 기억에 남을 작품이란 걸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작품이 끝나도 여운이 오래 가는 편이에요. 더군다나 이렇게 애정이 가는 작품이면 엄청나겠죠? 그 안에서 제가 얻어갈 게 참 많다고 생각해요. 제 인생을 풍성하게 해줄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게 감사해요."

그렇다면 관객들에게는 '프라이드'가 어떤 작품이 되길 바랄까. 손지윤은 공연의 한 장면을 꼽아 설명했다. 마지막 필립과 올리버가 함께하는 장면. 실비아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 때까지"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다.

"'프라이드'는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에요.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 그게 굉장한 매력이죠. 저도 '내가 생각보다 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라는 걸 깨달았고요. 내게 닿을 때까지 차근차근 살아가고 싶어요. 관객들에게도 그 순간들이 때로는 어려워도 천천히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라고요. 그 순간에서 '프라이드'를 떠올려주면 좋겠어요."

[스테이지+] '프라이드' 손지윤, 관객이란 실비아를 만나다 (인터뷰②)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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