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국격' 무너뜨린 일본의 수출규제..대응은 국제 여론전

-일본의 잘못된 자유무역 원칙 위반..국제사회 여론전으로 대응해야

김재성 주필 승인 2019.07.11 15:14 의견 7
 

[한국정경신문=김재성 주필] 39년 전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해 2박 3일간 일본 도쿄에 머물면서 세 번 감탄한 일이 있다. 지하철 안에서 노소를 막론하고 독서를 하는 장면이 첫 번째이다. 두 번째는 왕복 2차선 이면도로에서 본 높은 시민의식이다. 차도를 건너려는 사람이 절대 혼자서는 신호등이 켜지는 버튼을 누르지 않고 대략 4~5명, 양 쪽 합쳐 10여 명쯤 돼야 신호등이 켜지는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다. 세 번 째는 도쿄에 주재하는 친구와 TV에 소개된 ‘맛 집’을 찾았을 때다. 우리가 TV에 나온 그 메뉴를 주문하자 사장이 난감한 얼굴로 우리 테이블로 오더니 주문한 메뉴는 재료가 떨어졌으니 다른 걸 주문하면 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덤덤하게 다른 걸 주문해 먹고 나오는데 정말 돈을 안 받는 것이었다. 

일본 사람들의 정직과 친절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때가 때인지라 내키지 않는 말이지만 일본인들의 높은 시민의식은 솔직히 우리보다 한 참 높다. 3개의 노벨문학상이 그냥 나왔겠는가? 물론 일본문학이 영어권에 많이 번역된 국력의 간접효과도 있겠지만 그들의 높은 문해력, 보편화된 인문학적 깊이에서 나왔을 것으로 나는 수긍한다.   

그런데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떤가? 세계가 알다시피 일본은 2차 대전 전범국가다. 병사들의 용맹을 북돋기 위해 산 사람을 기둥에 묶어 놓고 총검술 연습을 시키고 ‘페스트에 감염되면 어떻게 며칠 만에 죽는가?’라는 궁즘증을 풀기 위해 생체실험을 한 나라다. 그래 놓고 독일과 달리 절대 공식적으로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일본은 아키히도 국왕의 ‘통석(痛惜)의 염(念)’을 비롯해 여러 차례 사과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과는 어디까지나 화자(話者)의 주관적인 소회일 뿐 국가의 공식사과가 아니다. 만약 국가 이름으로 공식사과를 하고 나면 다시 망언이 나올 수 없다. 과거사를 놓고 일본인들은 사과만 기억하고 우리는 망언만 기억하는 기현상은 그래서 일어난 것이다. 

한, 일 갈등의 발단인 두 사건만 해도 그렇다. 어떻게 하든 판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일본정부와 아버지의 1965년 한일협정에 흠결을 남기지 않으려는 박근혜 정부의 뜻이 결합해 억지로 유예해 오던 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 판결을 문재인 정부는 개입하지 않았을 뿐이다. 

‘화해치유재단’은 ‘재론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해 여성가족부 안에 설립한 재단이다. 문제는 이 합의가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동의 없이 나온 점이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공식사죄 없는 합의는 일본 정부의 주장인 자발적 지원을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금전적 보상은 오히려 치욕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부담을 안고 국가 간 합의를 파기한 속사정이다.

최근 유림 20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어느 고명한 유학자가 “대책도 없이 전 정부 일이라고 무조건 뒤집어 국가가 큰 위기에 빠졌다”고 했다지만 이는 본말을 뒤집은 오류다. 대학 장구(章句)에 <사물에는 본말이 있고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다(物有本末 事有終始)>고 했다. 대책이 선 다음에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 순서라고 한다면 대책 없이 만세 부르고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서른 세분의 어른들이 어리석었다는 뜻인가?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한 것처럼 해방 직후에 했어야 옳다.  

일본의 오만 그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 패전국 일본이 동북아에서 경제대국이 된 것도 미국의  동북아 전략 덕택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키운 것이다. 일본은 미국에 납작 엎드리고 동북아 피해국들에게는 오만을 떤다. 지금 아베의 행태가 꼭 그렇다.

개인에게 인격이 있듯이 국가에는 국격이 있다. 국격은 그 나라 지도자의 품격에서 나온다. 독일과 달리 반성할 줄 모르고 강자에 엎드리고 약자에게 오만한 일본의 국격을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높게 볼 까닭이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한국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로 맞대응한데 이어 국제사회에 여론전을 펼치면 일본의 국격에 타격이 올 것이다. 한, 일 갈등은 트럼프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다. 힘은 없지만 UN(국제연합)이 있고 국제사회의 눈이 있다. 지금 일본이 한 짓은 분명히 자유무역 원칙 위반이며 우리가 한 일은 잘 못된 과거를 바로잡으려 한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