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라면 수출액은 1조8203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지난해 K라면의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라면생산기업 3사간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20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연결기준 지난해 해외매출이 전년대비 65% 증가한 1조3359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해외 매출 8000억원을 기록한 지 1년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해외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라면 수출액은 1조8203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양식품에 이어 농심과 오뚜기도 해외실적이 모두 상승했다.

농심은 신라면 툼바의 인지도 상승과 해외 가격인상 등의 성과로 라면 부문 해외매출은 전년대비 24.5% 증가한 2467억원을 기록했다. 오뚜기 역시 라면 수출이 확대되면서 전체 해외매출 361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8.68% 늘어났다.

다만 전체 실적을 살펴보면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 작황에 따른 곡물 시세 상승으로 원재료 부담이 가중되면서 실적에 영향을 준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농심의 라면 및 스낵제조에 투입되는 소맥분 원재료 매입액은 1조982억원으로 전년대비 4.34% 늘었다. 오뚜기의 라면생산 및 판매를 담당하는 오뚜기라면의 원재료 사용액은 지난해 4551억원으로 전년대비 1.8% 증가했다.

이를 반영해 농심은 지난해 매출 3조4387억원으로 전년대비 0.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31억원으로 전년대비 23% 감소했다. 오뚜기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은 2.4% 증가한 3조539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2.9% 줄어든 2220억원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양 사가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원료와 원부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른 데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져 판매관비 투입도 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농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신라면 트램 광고 이미지와 오뚜기 글로벌 진라면 캠페인 모델 BTS 진 모델컷(자료=각 사)

■ 수출 호재 타고 농심·오뚜기 해외 기대감↑..삼양식품과 경쟁 예고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1억2000만 달러(한화 약 1749억원)으로 월간 기준 또 다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해 투자 업계는 올해 농심과 오뚜기가 해외 성과로 실적 반등을 이뤄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농심은 이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법인 농심 유럽을 설립하고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비즈니스 거점 구축에 나선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의 유럽 매출은 연 평균 25% 성장, 소비자의 관심과 구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2024년 매출은 전년대비 약 40% 성장하며 공격적인 시장관리를 위한 법인 설립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영국 테스코, 독일 레베, 네덜란드 알버트 하인, 프랑스 까르푸 등 유럽 핵심 유통채널에 대한 신라면 등 주요 브랜드 판매규모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향후 대형 유통사와 협의해 각국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유럽 내 K푸드 관심이 높아진 트렌드를 반영해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신제품의 빠른 현지 출시도 병행한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 등 매운라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을 가진 농심 제품 라인업이 유럽시장 공략에 효과적일 것으로 분석된다”며 “주요 제품의 입점 확대와 현지 식문화 맞춤 제품 개발이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2030년 3억불 매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올해를 해외 공략의 원년으로 삼고 2028년까지 해외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최근엔 대표 라면 제품인 진라면의 글로벌 모델로 방탄소년단(BTS)의 진을 발탁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최대 식품박람회 2025 윈터 팬시 푸드쇼에 참가하며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현지에서 각국의 바이어, 유명 셰프 등을 직접 만나 브랜드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라면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해외 소비자와의 소통을 더욱 적극적으로 강화하고자 한다”며 “올 상반기 미국을 중심으로 진라면과 더불어 앞서 미국에 진출한 보들보들 치즈라면의 브랜딩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의 해외성과는 여전히 농심과 오뚜기에게 큰 벽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6월 밀양2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수요 증가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생산 케파도 갖추게 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지법인과 밀양공장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올해도 외형 확장뿐만 아니라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