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가 올해 들어서도 매출이 반토막이 나면서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면세업계가 올해 들어서도 매출이 반토막이 나면서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3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 면세업계가 올해 시작과 함께 매출까지 급락하며 험난한 한해를 예고했다.

12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월간 면세점 매출액은 95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1조5909억원)에 비해 40.0% 급감했다. 면세점의 월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 감소가 매출 급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수익성 악화의 주요인이었던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를 지난 1월부로 중단했고 다른 면세업체도 수수료를 내리는 방식으로 다이궁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줄여가는 상황이다.

문제는 다이궁이 빠진 매출 공백을 메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면세점의 큰손이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하며 면세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낮아진 것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면세업계는 전략적으로 내외국인 개별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으나 아직 매출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고객 1인당 구매액이 41만7100원으로 지난해 1월(70만5743원)에 비해 40.9% 감소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면세업계에서는 올해 영업손실에 매출과 구매자 감소까지 더해져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그 연장선에서 인천국제공항의 임대료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은 원래 업체별로 고정 임차료를 납부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3년부터 여객 수와 연동돼 임차료가 산출되면서 업체의 부담도 훨씬 커졌다.

여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는데 벌이는 그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신라·신세계·현대 등 3개 면세업체가 부담한 인천공항 면세구역 임차료는 5051억원으로 3사 합산 매출의 10%에 육박한다. 3사 영업손실액(1344억원)과 비교하면 4배에 가깝다.

이에 손실을 감수하며 영업을 지속하기보다 계약기간을 남겨놓고 철수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날 국민의힘 나경원·송언석·김은혜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항공·관광산업의 위기 진단과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도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의 임대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제 발표를 한 홍규선 동서울대 관광학부 교수는 "여행객 수에 비례해 임대료를 징수하는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구조는 현 상황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면세점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공항과 공항 이용객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만큼 더 전향적인 조치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정 토론자로 나선 이강석 한서대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현 상황을 극복하려면 단기적으로 인천공항 임대료 조정을 통한 누적 적자 해소 등의 조치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한 조세·부담금 감면 등의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