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현대차·한화그룹 등이 도입한 '주식 성과급 제도'가 반도체 업계로 확산 중이다
현금 100%로 지급하던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주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을 통해 구성원들의 근로 의욕 고취와 책임경영 의지를 강화하고 주가를 부양하려는 방침으로 분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지난 17일 '생산성 격려금(PI)'을 연봉의 약 15%를 책정하고 PI의 최대 50%까지 자사주 선택이 가능하게끔 한 내용을 직원에게 전달했다.
DB하이텍의 자사주 옵션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보유 시 구매가(3만3700원)의 15%를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2022년 말 성과급에 대해 '주주 참여 프로그램'을 실시한 SK하이닉스도 올해 역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은 '초과이익분배금(PS)'의 일부를 자사주로 선택하고 1년 보유 시 매입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더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SK하이닉스는 24일 PS에 기본급의 500% 초과분을 더해 총 1500%를 지급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업체들이나 대만 TSMC도 자사주 옵션 제도를 도입·실행하는 것으로 안다"며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회사가 성장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주식을 가진 직원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임원을 대상으로 RSU가 아닌 약정 시점에 회사가 주식을 지급하는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보상(RSA)'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초과이익성과급(OPI)' 도입 이후 처음으로 임원에게 성과급의 50% 이상을 자사주로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OPI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삼성전자의 대표 성과급 제도 중 하나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5만원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주가를 부양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자사주 선택 비율이 너무 높고 주가가 실적 외 여러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다 보니 다소 가혹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다만 임원들이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책임 경영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