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도 비상계엄에 '울상'..숙원사업 '실손보험 개선 논의' 불투명해져

금융당국, 제5차 보험개혁회의 16일 정상 진행..실손 개선안 논의
지난해 실손보험금 중 비급여 31%..4세대 손해율 악화 지속
의료개혁특위 참여 중단 의사단체..실손 개혁 일정 지연 ‘불가피’

우용하 기자 승인 2024.12.10 10:37 의견 0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비상계엄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험업계의 숙원 사업인 '실손보험 제도 개혁'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제5차 보험개혁회의는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의사 단체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불참을 밝힌 만큼 실손 개혁이 지연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의료단체가 비상계엄 포고령에 반발해 의료개혁특위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연내 실손보험 제도 개선안 마련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연합뉴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 예정인 제5차 보험개혁회의를 일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일정이 조정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지만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정책을 일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혀 기존대로 진행하게 됐다.

보험개혁회의는 소비자보호와 건전성 강화를 통한 신뢰회복과 미래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지난 8월부터 매달 운영돼 왔다. 총 5개 반(신회계제도반·상품구조반·판매채널반·영업관행반·미래준비반)으로 구성돼 있으며 제5차 회의에선 상품구조반에서 논의해 온 실손보험 개선 방안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보험상품 중에서도 실손보험 제도를 콕 집어 개선하려는 이유는 수 차례 개정에도 관련 문제들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도의 핵심 문제로 평가받아 온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잉진료와 보험금 누수 문제는 4차례 상품 개정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속 중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지금보험금 11조9000억원 중 31%인 3조7000억원이 10대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으로 집계됐다. 이 중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증식 치료는 약 전체 실손보험금의 약 18%를 차지했다. 최근 실손보험금 증가 상위를 차지한 항목은 비급여 주사제와 발달지연 항목으로 조사됐다.

손해율 문제도 여전하다. 상반기 기준 전 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18.5%로 여전히 100%를 상회했다. 상품 개정과 요율 정상화로 1세대와 2세대의 손해율은 2021년 각각 142.0%와 130.0%를 기록한 이래 114.7%, 112.4% 수준으로 낮아져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2021년 상반기부터 판매를 시작한 4세대의 손해율은 출시 3년 만에 61.2%에서 131.4%로 급등했다.

다만 4세대 실손의 경우 비급여 비율은 48.9%로 전 세대 중 가장 낮았다. 이는 7월부터 적용된 비급여 차등제에 앞서 비급여 항목에 대한 남용이 감소한 효과로 평가된다. 비급여 차등제란 매년 가입자의 비급여 청구실적을 평가해 갱신보험료에 반영하는 제도다.

4세대 상품의 비급여 차등제가 시행되고 보험개혁회의와 의료개혁특위를 통해 실손 제도 개혁에도 추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존재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비급여 자기부담률 상향과 비급여 한도가 설정된 4.5세대 상품의 내년 초 출시를 위한 ‘실손보험료 산출 태스크포스’도 설치하는 등 활동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계엄 사태로 의료단체가 의료개혁특위 불참 의사를 발표했고 정국 혼란 장기화 전망에 실손 개혁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중소병원협회, 국립대학병원협회는 계엄 포고령이 발표된 이후 제1호 5항에 반발해 의료개혁특위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포고령 제1조 5항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의료개혁특위는 19일 공청회를 통해 실손보험 개선안이 포함된 의료 개혁 2차 실행안을 논의한 후 이달 말 확정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료계가 불참을 결정하면서 정상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2차 실행안 발표는 물론 4.5세대 상품 출시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실손 개혁을 위해선 시행령 개정을 비롯한 입법 절차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입법 절차에선 야당과의 협치가 반드시 필요한데 탄핵 국면에 들어선 만큼 이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선 금융당국이 보험개혁회의와 금융정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했지만 함께 실손 개혁을 논의해 온 의료개혁특위가 사실상 멈춰버린 상황에 정상적으로 추진될지 걱정이다”라며 “현재 금융시장 안정이 다른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라 실손 개혁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어 보이고 연내 개선안 마련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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