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5대 은행장 경영승계 레이스 본격화..‘깜깜이 인선’ 사라지나

임기 만료 3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 개시..추석 이후 본격화
금융당국, 절차 투명성·합리성 강조..깜깜이 인선 사라질까
경영승계 절차 손봤지만 대부분 비공개..“내외부 혼선 우려”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9.15 06:00 의견 0

[한국정경신=윤성균 기자] 5대 시중은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경영승계 절차가 추석 이후 본격 가동된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반영되면서 과거와 같은 ‘깜깜이 인선’은 사라질 전망이지만 과거 우리은행에서 시행했던 일종의 ‘공개 오디션’ 방식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NH농협금융이 추석 전후 차기 은행장 후보 추천을 위한 승계 절차에 착수한다. 5대 시중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 일제히 만료될 예정이다.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자료=각사)

통상 시중은행장 선임은 지주 이사회 내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총괄한다. 지주 이사회 위원회에서 경영승계 절차를 수립해 최종 후보를 선정하면 이후 각 은행의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주주총회 결의로 최종 선임된다.

5대 금융지주 중에서 신한금융이 가장 먼저 지난 10일 자회사 대표이사 승계절차 개시를 알렸다. 이날 신한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는 ‘은행장 경영승계절차 임기 만료 3개월 전 개시’ 및 ‘자회사 대표이사 승계후보군 정기 선정 프로세스 도입’ 등에 대한 ‘자회사 경영승계계획’을 개정했고 본격적으로 후보군 선정에 나섰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추석 연후 직후 차기 은행장 후보 추천을 위한 승계 절차에 착수한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도 이달 말 은행장 선임 절차 개시를 앞두고 있다.

이들 지주 이사회가 일찌감치 은행장 선임 절차에 돌입하는 건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반영한 결과다.

금감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모범관행은 차기 CEO 선임 시 현직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에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도록 명문화하고 단계별 최소 검토 기간을 두도록 했다. 그간 은행장 등 CEO 경영승계 계획이 형식적으로 마련돼 선임과정이 불투명하고 평가·검증 기간이 짧고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도입에 따른 시중은행장 선임은 올해가 처음이다. 각 지주사와 은행은 모범관행을 반영해 지배구조 내부규범 등 경영승계 절차를 보완해 왔다. 올 1분기 모범관행을 반영한 이행계획을 마련해 금감원에 제출한 상태다.

신한금융 자경위도 이번에 자회사 대표 승계절차를 개시하면서 “신한지주 이사회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경영승계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며 “지난해 말 감독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다만 내부적으로 개선된 경영승계 절차를 수립해 반영한다고 해도 은행장 선임 과정이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될지 미지수다. 신한금융도 이번에 자회사 대표 승계절차 개시를 선언하면서도 개정된 경영승계 절차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후보군 선정 기준, 평가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에서 경영승계 절차 모범관행을 수립하면서 참조한 우리은행장 승계 프로그램의 경우 초기부터 1차 후보군 명단과 4단계 검증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과 대비된다.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반영해 경영승계 절차를 개선해도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선임 절차와 후보군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오히려 내외부에서 혼선이 커져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모범관행을 반영해 절차는 개선하되 다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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