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지난해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로 자이 브랜드 이미지 추락이라는 시련을 겪은 GS건설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면서 다시 한번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GS건설의 자금 조달 여력이 떨어지면서 재무 대응력도 약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GS건설 신용등급전망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했다. GS건설의 강등은 주로 1군 건설사로 분류되는 곳들 중에서는 유일하다.
GS건설은 이미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일지감치 강등당한 바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월 이 회사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이미 지난해 신용등급을 이미 강등했다.
3대 신평사가 이같이 GS건설 신용평가를 하향 조정한 것은 전반적인 업황 악화와 더불어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여파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GS건설은 주차장 붕괴 사태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았다.
건설사들의 신용도 저하는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키운다. 쉽게 말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할 때 드는 이자 비용이 더 올라간다.
신용도가 우수한 건설사는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A급 이하 건설사는 사모채 시장을 이용해 비용 부담이 조금 더 커졌다.
이와 같은 상황은 GS건설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검단사태 관련 충당금 5524억원을 반영하면서 자본총계가 줄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부채비율은 대폭 높아지고 영업이익이 악화한 상태다.
GS건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GS건설의 연결기준 2022년 자본총계는 약 5조3562억원에서 약 4조8852억원 가량으로 감소했다. 자본총계가 감소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채비율도 216.39%에서 262.47%로 대폭 상승했다. 해당 부채비율은 한국기업평가 대상 건설사 평균치인 172% 가량보다 높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영된 탓에 GS건설은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연결기준 5548억3500만원이었던 영업익은 지난해 3879만4500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익 역시 같은 기간 4412억1200만원에서 4195억원 적자를 봤다.
이와 함께 GS건설은 오는 16일 2000억원(금리 1.8%)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해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GS건설의 연결기준 유동자산이 9조4900억원 가량, 그 가운데서도 동원할 수 있는 예금 및 현금 자산이 2조2450억원 가량임을 감안할 때 현금상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이 가운데 사용이 제한된 단기금융자산 1256억원 가량을 제해도 현금상환 여력에는 문제없다.
다만 GS건설의 단기차입금이 전기 8800억원 가량에서 크게 증가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액 현금 동원이 쉬운 상황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외화·원화 단기 차입금 계정으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만 약 1조2860억원이다.
실질적으로 만기를 재연장하는 방향을 잡을 수도 있지만, GS건설의 신용등급이 낮아졌기 때문에 차환발행 시 이자가 더 높아져 자금부담을 중단기적으로 더 키울 수 있다. 차환발행은 이미 발행한 채권의 원금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새롭게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GS건설은 지난해 3월 15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당시 금리는 6.52%의 부담을 진 바 있다. 이번에 신용평가 3사 신용등급이 낮아짐에 따라 다시 채권을 발행한다면 금리는 더 높게 책정될 수도 있다.
■ 악화된 재무상태인데 '영업정지' 처분받아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주택이나 신사업, 인프라 등 부문에서 사업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지만 올해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관련 GS건설에 '영업정지 8개월' 행정처분을 내리면서 이달 1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영업을 못하게 됐다. 서울시가 기부채납 조건 완화를 제시하는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한 해 동안 GS건설의 영업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GS건설의 매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는 건축 및 주택 부문이다. 지난해 기준 도급과 자체공사를 포함해 약 76%에 육박한다. 다른 인프라나 플랜트, 신사업 분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처분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올해 예고된 목동과 압구정 등 정비사업 수주전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면서 올해 농사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번에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되면서 이전에 체결한 계약이나 인허가받은 공사는 지속할 수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의 상당한 타격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지난해 8월 아파트 브랜드 빅데이터 평판분석'에 따르면 '자이'의 경우 조사대상 24개 브랜드 가운데 꼴지인 24위를 기록했었다.
영업정지 8개월 처분 전 GS건설은 이달 약 1조6000억원의 플랜트 수주고를 올리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공들였던 국내 LNG터미널과 화학 플랜트 수주가 불투명 해지면서 주택 부문 하락을 보완할 수 있는 동력도 상당부분 잃을 수 있다. GS건설은 2022년 LNG수입터미널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가 역시 지난해 10월 10일 52주 최저가인 1만2750원까지 떨어졌었다. 이후 주가는 부침을 거듭하며 최고 1만7400원까지 올랐다가 지난 8일 기준 1만4940원까지 다시 떨어졌다. 이는 올해 들어 첫 거래일 1만4730원의 종가 수준을 회복한 수치긴 하지만 52주 최고가였던 2만2550원에 비하면 약 51% 하락했다.
■ 재무건정성 확보 위한 타개책은?
이와 같이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GS건설이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해 일부 자산 유동화를 실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 GS건설은 자회사 GS이니마 일부 지분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이니마는 GS건설이 2012년 인수해 지분 100%를 가진 스페인 수처리 자회사다. 2020년 GS건설 신사업 본부로 편입됐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GS건설 신사업 부분의 국내 매출은 237억원이지만 해외의 경우 5414억원으로 해외 인프라 분야와 함께 매출에서 자치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총매출액으로 따지면 GS건설의 신사업 부문은 10.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수처리 사업에서 알짜배기 사업체로 여겨지는 GS이니마 지분을 전체 매각하기보다 일부 지분 매각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GS이니마는 지난해 UAE 수전력공사가 발주한 9200억원 규모의 해수담수화사업을 수주했다. 2026년 준공 후 30년간 시설 소유권을 확보해 5000억원 이상 운영 수익이 예상될 것으로 점쳐진다.
GS건설이 2021년 GS이니마 기업공개(IPO)를 했을 당시 회사의 기업가치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에 지분 20%만 매각해도 약 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올해 중순 대략적인 그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매각가가 원만히 타협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설계·조달·시공(EPC) 업체의 매출 실적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커서다. 공사에 들어가는 원가가 향후 매출보다 커져 공정률이 높아질수록 손실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지분 매각시 기업 평가가 하락해 생각했 던 것보단 적게 가치가 책정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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