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재점화] ③유통·식품업계, 해외 시장 다변화 ‘돌파구’..“특이사항 아직”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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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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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기업의 해외 수출은 대부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한류 제한령(限韓令·한한령)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면서 유통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 장애가 발생하고 한국 연예인의 방송 출연이 최소되는 등 한중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편집자 주>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K푸드의 세계화’를 실현하고 있는 국내 식품·유통업계가 중국의 한한령 재개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 당시 수출국 다변화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해온 만큼 식품·유통업계는 당장 중국 시장과 관련해 큰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공식품 수출액은 약 4.2% 증가한 73억5000만 달러로 전체 농식품 수출액의 82%를 차지했다. 수출국별로는 일본·아세안·유럽·중동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고, 중국·미국은 코로나 확산 및 경기 둔화로 소폭 감소했다. 주요 품목인 라면·과자류·음료·주류 등 순으로 매출을 올렸다. 이는 한류 영향에 따른 결과다.
국내 식품기업은 중국·미국·일본뿐 아니라 동남아·유럽·중동 등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절대적인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중국·미국·일본이 46%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높은 수준이지만, 한류 확산과 더불어 수출국 다변화에 탄력을 받는 추세다. 한국의 식품기업이 세계적인 입지를 다지게 된 까닭은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사드 보복에서 출발했다.
국내 식품업계는 지난 2016년 사드 보복 사태로 중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겪은 후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비(非)중국 국가로의 해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낸 바 있다.
롯데웰푸드(당시 롯데제과)는 인도로 눈을 돌렸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2017년 인도 아이스크림 1위 업체 하브모어를 인수하고 채식을 중시하는 인도의 특성을 고려해 식물성 제품을 출시하는 등 인도 시장에 공들였다. 그 결과 작년 기준 롯데웰푸드의 해외 매출에서 인도는 약 30% 이상으로, 수출국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오리온은 여전히 중국 비중이 가장 크지만, 베트남·러시아 등 다각도로 입지를 다져 지난해 기준 전체에서 해외 매출이 약 70%에 육박한다. 특히 베트남·러시아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작년 매출이 각각 38.5%, 79.4% 급성장했다. 오리온은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공장 증축 등 설비 투자로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중 관계 악화와 관련해 특이 사항은 없다. 과거 사드 보복 당시에는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매출이 급감해 타격을 받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있었지만, 현재는 중국의 한한령 가능성에 대한 영향이 있거나 특별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역시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감지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중국의 사드보복 당시 한한령에 큰 타격을 입은 대표 기업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한령의 첫 번째 타깃이 된 롯데는 이후 중국 롯데마트·슈퍼 112개 매장을 모두 철수하고, 백화점 6곳 중 5곳의 문을 닫았다.
중국에서 발을 뺀 롯데는 대안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롯데쇼핑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트 사업의 경우 절대적인 수는 국내(111개)가 많지만, 수당 평균 영업이익은 해외(66개)에서 더욱 우수하다. 지난해 국내·해외 롯데마트는 영업이익이 270억원으로 동일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 리스크를 경험한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 시장 다변화 전략을 내세웠다”며 “사드 보복 당시에는 한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만큼 타격이 컸지만, 이번 한한령 우려 분위기에는 아직 특별한 점이 감지되지 않았다. 대외환경의 변화 등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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